박노권 가족 종합미술전시회 21일까지 경남문예회관
박노권 가족 종합미술전시회 21일까지 경남문예회관
  • 백지영
  • 승인 2023.11.1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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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아내·동생 등 10명…다양한 작품 100점 전시

도내 전시 공간에서 열리는 대관 전시 대부분이 작가 한 명의 개인전, 혹은 미술 관련 모임·협회의 회원전으로 채워지는 가운데 익숙지 않은 이름의 독특한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전시명은 박노권 가족 종합미술전시회 ‘가족’. 16일부터 21일까지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 제2전시실에서 열린다.

제목에서 할 수 있듯 박노권 씨 가족이 참여해 다양한 장르의 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다. 전시를 주도한 교사 출신 박노권(70) 씨를 비롯해 그의 부친, 삼촌, 아내, 여동생 4명, 매부 2명까지 모두 10명의 작품을 내건다.

회사에서 디자인 관련 일을 했던 박노권 씨의 삼촌을 제외하곤, 전시 참여 가족 모두 교사·은행원 등 미술과 관련 없는 일을 하며 살아왔다.

이른바 미술 비전공자들이 뭉쳐 준비했지만, 결코 가벼운 전시는 아니다. 서예, 서양화, 한국화, 도자기, 서각, 수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100점을 펼쳐 보인다. 박 씨의 삼촌 박정래 씨가 수채화로 작고한 모친을 그린 초상화 ‘어머니’를 비롯해 울림을 주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많게는 94살부터 적게는 56세까지, 일가족 10명이 꾸리는 이번 전시는 준비 기간 역시 남다르다. 가족 전시를 계획한 것도 벌써 7년 전이다.

전시를 꾸리게 된 계기는 아예 유년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박 씨 형제자매는 작고한 부친이 여러 차례 경남서예대전 등을 휩쓰는 등 활발히 서예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예술에 눈을 떴다. 디자인 일을 하던 삼촌 영향도 적지 않았다. 조부 댁에 놀러 갈 때면 마주했던 삼촌의 작품은 어린 박 씨에게 감동의 대상이었다.

“작은아버지 그림을 보며 ‘나에게도 그런 피가 흐를까’ 생각하곤 했습니다. 화가를 꿈꾸며 학교에서 미술부로 활동하고 각종 미술대회에서도 입상하곤 했었죠. 하지만 당시만 해도 시골에서 미술학원 다니기가 쉽지 않았어요. 결국 꿈은 접고, 국어 교사 생활을 하며 일생을 보냈습니다.”

다섯 형제자매의 맏이 박 씨의 그림 사랑은 자연히 네 여동생에게 이어졌다. 박 씨는 붓을 놓았지만 그의 여동생들은 직장 생활 틈틈이 도자기를 빚고, 아크릴화를 그리고, 소묘를 하는 등 40년 가까이 미술과의 끈을 이어갔다. 일부 동생들은 도내 굵직한 미술 공모에서 입상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동생들은 자연히 소싯적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반짝이던 오빠를 떠올렸다. 다시 붓을 잡으라 권했다. 교직 생활과 병행할 엄두는 나지 않던 박 씨는 퇴직 후 함께 작품 활동을 하겠노라 약속했다.

박 씨는 “정년퇴직을 한 뒤 8년 전부터 다시 그림을 시작했다”며 “1년쯤 해보니 가족 전시를 열면 좋겠다 싶어 7년 전 동생들에게 전시를 제안했다”고 회상했다.

제2의 인생은 화가로 살아보자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한 박 씨는 한동안 그림을 쉰 동생이나 아내에게 작품 활동을 권하며 전시를 준비해 왔다.

이번 전시에는 당초 박 씨 가족 8명 작품만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개막 직전 극적으로 2명이 합류했다. 취미 삼아 서각·수예·소묘 등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프로도 아닌데 전시하긴 망설여진다’며 참여를 주저해 온 첫째·넷째 매부를 설득하면서 작품의 폭이 더 넓어졌다.

박 씨는 “우리 부모 형제자매들은 오랜 시간 뜻을 같이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미술 분야에서 열심히 즐기면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며 “이 모습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 나아가서 이런 좋은 뜻이 본보기가 돼 널리 퍼져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박노권 작품 ‘할슈타트’.
부친 고(故) 박조래 작품 ‘초서’.
아내 최정미 작품 ‘오드리 햅번’.
박노권 작품 ‘촉석루 겨울’.
삼촌 박정래 작품 ‘어머니’.
누이 박양옥 작품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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