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화 시인·진주문인협회 감사
때론 작은 실수가 큰 불편을 안길 수 있다. 실수 한번쯤 눈감아주지, 누구든 가볍게 말 할 수 있겠으나 결과가 사소하지 않을 때가 더러 있다. 특히 배달을 담당 하는 사람이라면 좀 더 긴장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에 주소 오기로 큰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주변을 보면 행정 동마다 같은 브랜드 아파트가 있는가 하면, 바로 곁에 몇 단지가 같은 브랜드를 쓰기도 한다. ○○아파트 1단지, ○○아파트 2단지, 3단지…
며칠 전 객지에 있는 두 아이에게 주말 내내 공들여 만든 반찬을 택배로 보냈다. ‘상품이 배송 완료 되었습니다.’ 휴대전화에 뜬 문자 내용과는 달리 아무리 찾아도 택배 흔적이 없다고 막내가 볼멘소리를 한다. 요즘은 택배사마다 상품을 배달하고 사진까지 찍어 확실한 배송을 자랑한다. 막내에게 주변을 샅샅이 살피게 했으나 역시 찾질 못했다고 투덜댄다. 내 건망증을 의심해 혹시 둘째한테 두 박스를 다 보냈나싶어 급히 전화를 걸어보지만 아직 나의 사고엔 이상은 없는 듯하다.
받은 명함을 찾아 늦은 시각, 송장을 적어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쪽도 당황하긴 마찬가지다. 운송장에 적힌 주소를 확인해보라는데 아뿔싸, 2단지 아파트가 1단지 아파트로 기록돼 있다. 접수 담당 직원의 워드 오류다. 전화상으로도 미안함이 묻어나는 상대방에게 뭐라고 말도 못하고 막내에게 1단지 아파트에 가서 택배를 찾아오게 했다. 다행히 3블록 거리에 있는 1단지 아파트 같은 동 호수 문 앞에 엄마 표 택배가 기다리고 있다고 막내한테서 반가운 전화가 왔다.
스마트 배송을 자랑하는 물류회사도 사람이 주소를 잘못 기입하면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1과 2는 사소한 한 끗 차이겠지만 다른 장소, 다른 집으로 배송 되는 시스템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고 같은 단지 내에서도 숫자 하나 차이로 많은 주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택배 물량이 더욱 많아지는 요즘 담당자는 사소한 실수 하나라도 줄여나가는 노력을 해야겠다. 엄마 밥상을 기대하다 되레 저녁도 굶은 채 한밤중 무거운 택배를 짊어지고 온 막내나 주말 내내 불 앞에서 아이들 반찬을 준비한 내 정성이 퇴색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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