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택배 사고
[경일춘추]택배 사고
  • 경남일보
  • 승인 2023.11.16 14: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미화 시인·진주문인협회 감사
이미화 문인협회감사


때론 작은 실수가 큰 불편을 안길 수 있다. 실수 한번쯤 눈감아주지, 누구든 가볍게 말 할 수 있겠으나 결과가 사소하지 않을 때가 더러 있다. 특히 배달을 담당 하는 사람이라면 좀 더 긴장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에 주소 오기로 큰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주변을 보면 행정 동마다 같은 브랜드 아파트가 있는가 하면, 바로 곁에 몇 단지가 같은 브랜드를 쓰기도 한다. ○○아파트 1단지, ○○아파트 2단지, 3단지…

며칠 전 객지에 있는 두 아이에게 주말 내내 공들여 만든 반찬을 택배로 보냈다. ‘상품이 배송 완료 되었습니다.’ 휴대전화에 뜬 문자 내용과는 달리 아무리 찾아도 택배 흔적이 없다고 막내가 볼멘소리를 한다. 요즘은 택배사마다 상품을 배달하고 사진까지 찍어 확실한 배송을 자랑한다. 막내에게 주변을 샅샅이 살피게 했으나 역시 찾질 못했다고 투덜댄다. 내 건망증을 의심해 혹시 둘째한테 두 박스를 다 보냈나싶어 급히 전화를 걸어보지만 아직 나의 사고엔 이상은 없는 듯하다.

막내 택배가 오리무중이다. 엄마 표 반찬으로 저녁을 먹겠다며 잔뜩 기대하고 온 막내의 목소리에 짜증과 서운함이 묻어있다. 실랑이를 하다 보니 시계가 벌써 밤 열 시. 배송은 했다는데 택배는 없다. 첨단 배송, 스마트 배송, 어떤 배송도 한 치의 오차를 내지 않겠다는 택배사의 다짐으로 들리는데 말이다.

받은 명함을 찾아 늦은 시각, 송장을 적어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쪽도 당황하긴 마찬가지다. 운송장에 적힌 주소를 확인해보라는데 아뿔싸, 2단지 아파트가 1단지 아파트로 기록돼 있다. 접수 담당 직원의 워드 오류다. 전화상으로도 미안함이 묻어나는 상대방에게 뭐라고 말도 못하고 막내에게 1단지 아파트에 가서 택배를 찾아오게 했다. 다행히 3블록 거리에 있는 1단지 아파트 같은 동 호수 문 앞에 엄마 표 택배가 기다리고 있다고 막내한테서 반가운 전화가 왔다.

스마트 배송을 자랑하는 물류회사도 사람이 주소를 잘못 기입하면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1과 2는 사소한 한 끗 차이겠지만 다른 장소, 다른 집으로 배송 되는 시스템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고 같은 단지 내에서도 숫자 하나 차이로 많은 주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택배 물량이 더욱 많아지는 요즘 담당자는 사소한 실수 하나라도 줄여나가는 노력을 해야겠다. 엄마 밥상을 기대하다 되레 저녁도 굶은 채 한밤중 무거운 택배를 짊어지고 온 막내나 주말 내내 불 앞에서 아이들 반찬을 준비한 내 정성이 퇴색된 하루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