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TV수신료, 분리징수 하고 있기는 하나
[경일시론]TV수신료, 분리징수 하고 있기는 하나
  • 경남일보
  • 승인 2023.11.1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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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한중기 논설위원


우여곡절 끝에 최근 KBS 사장이 새로 부임했다. 방송프로그램을 재편하는 등 공영방송 재정비 작업을 시작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문득, 국민들은 궁금증이 생긴다. 지금 내가 수신료를 어떻게 내고 있는지 말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전기요금과 따로 TV수신료 고지서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다. 분명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분리해서 내야 한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지난 7월 12일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1994년부터 전기요금 고지서에 함께 통합징수 되던 TV수신료를 따로 분리해서 징수하도록 했다. TV수상기를 보유한 국민들은 7월부터 전기요금과 TV수신료 2500원을 각각 분리해서 납부해야 한다. 당시 정부가 내세운 수신료 정책 변경 이유는 국민여론이었다. 6월 여론조사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찬성이 58.2%, 반대가 31.2%로 나왔다. 전 지역·연령대에서 과반수이상 찬성했다.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들의 누적된 비판과 불만 때문이라는 이야기였다. 정부는 곧바로 시행령을 고쳐 수신료 분리징수를 법제화 했다. 전광석화 같은 조치였다. ‘언론장악 음모’ 같은 다양한 반대 여론으로 전국이 들썩였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났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방송 수신료는 지금도 여전히 전기요금과 함께 빠져나가고 있다. 수신료 거부, 분리납부를 주장해온 적극적인 일부만 법령에 맞게 분리 납부를 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 납부거부지만. 절대 다수 국민들은 분리 납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거니와, 누구도 안내해 주지 않아 종전대로 전기요금과 통합해서 내고 있다. 하도 역동적인 한국사회다 보니 시간만 지나면 잊혀 진다고 여겼는지 정부 KBS 한전이 지루한 ‘밀당’만 벌이는 사이 벌써 넉 달이 지나고 있다.

정부의 준비 없는 일방적 추진 때문이다. 시행령만 고쳐 놓고 나머지는 해당 기관이나 국민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는 알아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방송법 시행령에는 세대별로 분리 징수하도록 해놓았지만, 공동주택관리법에는 관리주체가 정해진 항목 외에는 징수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아파트관리사무소는 수신료 징수권한이 없어졌고, 오롯이 한전 또는 KBS의 업무가 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아니다. 아직도 전기요금고지서에 수신료가 그대로 부과되고 있다.

한전과 KBS는 당초 10월 분리 시스템 구축 때까지만 종전처럼 징수한다고 했다가 다시 11월까지 한 달 더 유예기간을 연장했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 아파트 관리주체가 관련법을 위반해 수신료를 징수하더라도 과태료를 부과 하지 말 것을 각 지자체에 요청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분리납부를 원하는 세대는 개인정보사용 동의서 등을 제출하도록 해 반발을 사고 있다. 법대로 분리 납부하라고 해 놓고선 정작 분리납부를 신청하는 국민에게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으니 당연한 반발이다.

단순한 해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원칙대로 분리징수하면 된다. 아파트라고 특별할 게 없다. 애초부터 징수권한이 없는 관리주체에게 무리하게 징수를 요청 할 사안이 아니다. KBS가 지난해 6933억 원의 수신료 수입을 올렸고 한전도 6.2%인 430억 원의 수수료 수익을 챙긴 만큼 이 부분은 양 기관 스스로 해결해야 옳다. 본업도 힘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짐 지울 일이 아닌 것 같다.

차제에 TV수신료나 전기요금 등 공과금 납부방식에 대한 개선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단지의 전기요금도 수도나 가스요금처럼 공급자가 직접 징수하는 방식이 대안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TV수신료는 폐지가 바람직하다. 국민을 위한 공익방송 매체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수신료를 없애는 대신 세금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공공방송은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의 다수 국가들은 수신료를 폐지하고 공공서비스세를 도입하고 있다. 다만, 공영방송이 정치에 휘둘리면서 국민신뢰를 저버려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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