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엇박자 모순의 ‘메가 서울·부산’
[경일포럼]엇박자 모순의 ‘메가 서울·부산’
  • 경남일보
  • 승인 2023.11.2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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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상국립대 교수
윤창술 경상국립대 교수


나라 전체가 ‘메가 서울’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이 다가올 22대 총선에서의 수도권 승리를 위한 국면 전환용으로 툭 던진 ‘김포의 서울 편입’이라는 행정구역 변화 시도가 시발점이다.

여기에 동원된 ‘메가 서울’은 기존의 ‘부울경 메가시티’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우리말로 바꿔 쓰면 ‘행정 통합을 기반으로 하는 초광역도시(city) 서울’과 ‘여러가지 형태의 연합을 기반으로 하는 부울경 초광역협력도시’로 확연히 구분된다. 부울경 메가시티에 사용되던 메가시티(Megacity)의 의미는 두 개 이상의 도시가 지역 경제와 생활, 문화 등 기능적 연계를 강화해 하나의 경제권을 이루는 광역도시를 뜻한다. 이러한 구분에 따르면 ‘부울경·충청권 메가시티’는 메가리전(Mega-region)인 셈이다.

메가서울 정책은 오히려 수도권 일극 체제를 더 공고히 하는 거꾸로 정책이다. 메가서울이 생활 전략이라면 지방의 메가시티(리전)는 생존 전략이다. 더 어안이 벙벙한 것은 블랙홀 ‘인 서울(in Seoul)’과 함께 지방의 블랙홀이 될 ‘인 부산’과 ‘인 광주’가 될 수 있는 행정구역 통합도 동시에 추진하자고 한다. 국가균형발전 내지 지역균형발전의 의미를 애써 부정하건 망각하건 어불성설이기에 그 순수하지 않은 의도성은 분명하다.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과 관련이 있는 ‘메가 부산’은 억지로 폐기한 부울경 메가시티(리전)의 부활이 아니라 경남의 김해와 양산을 부산에 편입시키자는 것이다. 더 나아가 김해, 양산 등 일부 지역의 인위적 재편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면서 광역행정통합도시 ‘칠백만 메가 경남부산’을 만들자고도 주장한다.

메가부산은 예전에 추진했던 동남권 메가시티로의 회귀와 다름이 없으므로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해야만 지방소멸의 속도를 줄일 수 있기에 그 해결 방안으로 부울경 지역의 메가시티(리전)가 예전에 추진되었다. 또한 부울경 지역 내의 불균형 즉 서부경남의 소외감을 줄여 나가기 위해 초기의 ‘동남권’ 메가시티라는 용어를 ‘부울경’ 메가시티(리전)로 변경하고, 낙후된 서부경남을 대표하는 진주를 4대 거점도시로 추가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확장이 지방 공동화로 계속 이어져선 곤란하다. 수도권에의 지나친 편중으로 부동산값 폭등, 출산율 저하 등 갖가지 심각한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만 왜 굳이 살려고 하는지와 치솟는 집값에 부담을 느껴 결혼을 미루거나 아이를 출산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러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수도권 내에서 서울의 면적을 늘릴 게 아니라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과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지방의 광역화를 통해 지역 간 협력을 유도하는 지방의 메가시티(리전)화가 먼저 추진돼야 하는 것이다. 그 이후에 수도권의 생활 권역과 행정 권역을 일치시켜 나가는 게 순서다.

‘메가’로의 지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지만 순서가 중요하다. 지방이 먼저여야지 수도권과의 동시 추진 또한 말잔치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차원에서 지방의 메가시티(리전)는 기본 개념을 ‘인구 천만 명의 1시간 생활권이 가능한 단일 광역경제권’으로 정리하기보다 ‘거대한 블랙홀, 인서울(in Seoul)을 해소하는 광역울타리’로 정해야 한다.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방향과 속도도 중요하지만 디테일도 중요하다. 향후 지방 간 곧바로 통합하는 형식의 메가 경남부산과 같은 행정구역의 변화시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및 지방의원의 선거구와 숫자에도 영향을 미쳐 소용돌이가 예상된다. 자칫 배가 산으로 갈 수 있으므로 중간 과정이 필요한 이유이다. 세계적인 메가시티 추세 또한 대도시와 주변 지역 간의 기능적인 연계를 강화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도시들을 행정적으로 통합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부산과 경남의 행정 통합 시도처럼 섣부른 ‘통합’을 통한 메가부산으로의 직진보다는 ‘연합’ 과정을 거치는 형태의 메가시티(리전)를 먼저 시도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 폐기된 부울경 메가시티(리전), 즉 부울경 ‘특별연합’ 형식의 광역울타리를 먼저 복원시키면서 동시에 전라권 메가시티를 출범시키는 것이다.

이를 근간으로 중앙정부의 많은 지원을 받아 지방을 활성화한 후에 그 울타리 안에서 중간 단위 권역별로 올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특별지방자치단체 제도를 활용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순서가 아닐까. 이를 더 구체화하면 경남권의 산청, 함양, 하동과 전라권의 남원, 구례, 장수를 묶는 중간 단위의 권역별 지리산권특별지방자치단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추진과 관련해, 재정분권 등 지방분권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은 현 상태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한 지방의 광역울타리인 메가시티(리전)가 필요하다는 시대적 명제 앞에서 여·야, 진보·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도지사와 시장이 바뀌어도, 여·야가 바뀌어도, 그 기조가 흔들리지 않을 명제부터 확립해야 한다. 대통령의 결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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