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X가 넘치는 정치
[천왕봉]X가 넘치는 정치
  • 경남일보
  • 승인 2023.11.2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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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미지수 기호 x는 수학 책에 가장 많이 나오는 문자 중 하나다. 방정식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단원(unit)의 계산식은 물론 초등 산수책에까지 x는 널렸다. 또 수학뿐 아니라 미지의 뜻으로 쓰임새가 매우 넓다. x-레이는 아직은 정체 모를 광선을 말하고, x파일은 미공개 또는 미해결의 사건을 뜻한다.

▶언제부터 미지수를 x로 썼을까. 숱한 설 중에 해석·기하학의 창시자 데카르트의 책 출판에 얽힌 일화가 유명하다. 그의 수학 저술에 ‘근(根;루트)’ 이라는 낱말이 유난히 많이 들어갔고, 1600년대 불어에서 근은 ‘radix’였다고 한다. 활자가 귀한 출판 공장에서 이를 줄여 x로 쓰자는 출판공 제안에 데카르트가 허락한 게 유래라는 거다. x활자는 비교적 적게 쓰여 여유가 있었더란 것.

▶미지수의 대표 문자 x가 근래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외려 ‘기지(旣知:이미 앎)’의 문자로 더 많이 쓰인다. 기사문에서 사람 이름 숨겨주는 데 쓰고, 혐오감이나 상스러운 비속어, 잔인한 광경 묘사를 피할 때 쓰는 것이다. 살인마 김xx, x물 흐르는 샛강, xx가 드러난 하체…. 심지어‘개판’을 ‘x판’으로 적기도 한다.

▶예삿말 ‘놈’ ‘새끼’ 같은 것도 사람 이름 아래선 x로 대체된다. 욕설인 거다. 며칠 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법무장관의 이름에 ’이 어린 놈’이라 뱉었고 언론은 끝음절을 x로 덮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한동훈 어이없는 xx’라고 했다. 무슨 소린지 뻔한 자리에 신문들이 애써 x를 쓰게 만드는 이게 지금 우리네 ‘x 같은 x정치’의 수준인가 싶어 씁쓸하다.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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