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돈이 많다고 행복할까?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돈이 많다고 행복할까?
  • 경남일보
  • 승인 2023.11.2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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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격언에 이르기를 “돈으로 침대는 살 수 있으되 잠은 살 수 없고 책들은 살 수 있으나 두뇌는 살 수 없으며 먹을 것들은 살 수 있지만 식욕은 살 수 없고 화려한 옷이나 보석들은 살 수 있으되 아름다움은 살 수 없고 약품은 살 수 있으나 건강은 살 수 없으며 사치품들은 살 수 있지만 교양은 살 수 없고 오락이나 재미는 살 수 있으되 행복은 살 수 없고 종교는 살 수 있으나 영적 구원은 살 수가 없다”고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못하는 건 없어’라든가, ‘돈은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많아’라든가,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야’라고 말하는 이들도 적잖다.

경제학에 심리학적 통찰력을 가미한 이른바 전망이론(Prospect Theory)으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커너먼(Daniel Kahneman) 프린스턴대학 교수와 2015년 복지·소비·빈곤과 건강에 대한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Angus Stewart Deaton)교수는 갤럽이 2008~2009년 실시한 미국인 45만 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해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보에 발표했다. 미국인들의 경우 연간 소득 7만5000달러까지는 소득이 늘어날수록 매일의 행복감이 커지나 그 이상은 행복감에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삶에 대한 만족도는 소득이 높을수록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디튼 교수는 연봉 10만 달러를 받는 사람이 연봉이 20만 달러인 자리로 옮길 경우 더 큰 성취감을 얻을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 사람이 반드시 매일매일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님을 덧붙였다.

한편 ‘행복경제학’의 창시자인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1946년부터 28년간 30개 국가의 행복 규모를 연구한 결과를 1974년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의 연구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소득은 행복과 비례하지 않는다. 소득이 늘어도 더 행복해지지 않는 이유는 ‘사회적 비교’ 때문이다.” 행복과 소득은 단기적으로는 함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사회적 비교에서 비롯되는데, 핵심은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 남보다 많이 버느냐’라는 것이다.

이제까지 소득이 낮은 경우에는 소득이 늘면 행복도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GNP가 낮은 저소득국가보다 선진국이 더 행복 수준이 높고, 한 국가 내에서도 소득이 낮은 과거보다 현재가 더 행복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횡단면 데이터와 시계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저소득 국가 또한 해당 국가의 정치 사회적 맥락과 결부되어 소득이 급격히 늘어난다 해도 사회적 만족도는 그에 비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실제로 미국은 70년 동안 실질 소득이 3배 증가했지만, 행복 수준의 장기적 추세는 변동이 없거나 하락세라고 지적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모두가 소득이 증가하면 더 풍족해지는 것은 맞지만, 평균적으로 아무도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는 모순을 만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일정 수준을 넘는 순간,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은 미미했다’라는 그의 결론을 ‘이스털린의 역설(Estearlin‘s paradox)’이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그는 행복지수를 연구한 결과, 가난한 나라의 행복지수는 높았고, 선진국의 행복지수는 오히려 낮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그는 1972년부터 1991년까지 추가 조사를 진행한 결과, 개인 소득이 이전에 비해 33%가 증가했으나 행복하다고 여기는 사람의 비율은 감소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앞으로 보다 다각적이고 심층적 연구들이 뒤따라야겠지만, 이러한 역설은 사람들이 가난했을 때와 달리 부유한 상태에서는 부에 익숙해짐으로써 돈이 아닌 새로운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가 있다. 그리고, 높은 수준의 부를 유지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여가시간을 포기해야 하는데, 소득 수준이 오르더라도 여가시간이 줄어들게 되면 오히려 행복지수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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