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경남도는 행정기구 개편부터 성평등정책 강화에 나서라
[여성칼럼]경남도는 행정기구 개편부터 성평등정책 강화에 나서라
  • 경남일보
  • 승인 2023.11.2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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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지난 9일, 16일 경남도는 행정기구 개편을 위한 조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그 내용에 ‘여성가족국’을 폐지하고 ‘복지여성국’으로 바꾸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복지전담부서와 여성가족국을 통합하고, ‘여성’은 복지여성국 사무의 순위에도 밀려 사실상 성평등 정책 실현의 퇴행을 예고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대선공략 때부터 여성가족부 폐지를 언급하고, 반복적으로 폐지론을 꺼내 들었기에 지방정부로 그 영향이 미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고 여기며 지난 20일, 경남도청 앞에서 여성단체들은 여성가족국 폐지안이 포함된 행정기구설치 조례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지금도 여전히 여성이 처한 현실은 평등과는 거리가 멀다. 채용과정에서 “결혼을 할 계획이 있느냐? 성희롱을 당하면 어떻게 할꺼냐? 페미니스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으며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일터에서 성별임금격차와 성적괴롭힘이 존재한다. 이러한 여성들의 억압이 눈에 보여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겠다는 젊은 청년들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경남을 떠나고 있다. 결혼을 선택하게 되면 독박 육아와, 독박 돌봄에 직장을 포기하고 경력단절을 겪어야 하는 많은 여성들은 재취업하려면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시장에 나가게 된다.

대낮에 공원에서 여성이 강간,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진주에서는 지난 10월, 베트남 이주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지난 4일 진주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성이 “머리가 짧으니 페미니스트지? 페미니스트는 맞아야한다”며 20대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그녀를 도운 50대 남성도 폭행으로 중상을 입었다. 혼자 거주하는 여성의 집에 침입하는 남성들, 도처에서 위협하는 불법촬영과 디지털 성범죄에 여성들은 안전하지 않다. 매일 같이 발생하는 젠더폭력으로 인해 여성들은 언제라도 혼자 산책하는 것이 두렵다.

평등은 누구와 같아지려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다른 이들과 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성평등은 남성의 권리를 빼앗아 오려는 것이 아니다. 사람 그 자체로 존중해달라는 여성들의 외침이다. 경남도민에 여성들이 포함되어 있다. 없는 사람처럼 여성을 삭제해서는 안된다. 정책의 그릇인 행정기구에서부터 복지영역에 여성을 담아 복지의 수혜대상으로, 요보호대상으로 비주체화하여 하위순위로 밀려난다면 경남의 성차별은 더 극심해질 것이다. 경상남도는 오랜 기간 낮은 성평등지수를 유지해 온 지자체 중 하나이다. 이번 행정기구 개편은 성차별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여성정책 전담 부처는 오랜 기간 성평등을 위한 여성들의 투쟁으로 제도화되었다. 2001년 여성부가 신설돼 국가 주도의 성평등정책은 조금씩 진전돼 왔다. 경상남도청의 여성정책 전담부서는 전 김두관 지사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행정부지사 아래 여성정책담당관으로 시작된 여성정책부서는 경남지역 여성들의 끊임없는 요구와 투쟁으로 실현된 것이다.

성차별은 한 개인의 악함으로 발현되기 보다 사회구조와 문화로 인해 공고화된다. 국가가 나서서 약자를 보호하고, 평등과 화합을 위해 나아가야 하는데 오히려 조장하며 혐오의 정치, 갈라치기 정치를 일삼고 있다. 어렵게 차곡차곡 마련한 성평등정책을 완전히 퇴보시키고 있는 것이다. 경남도는 역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퇴행의 길에 동참하지 말고, 진정 도민을 위한 행정을 해 나가야 한다. 도민의 절반을 이루는 경남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거대한 백래시로 우리가 무기력해지기 바라겠지만 우리는 조금씩 평등으로 나아가고 있다. 목숨을 걸고 폭력 피해여성을 도와준 남성처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자꾸 늘어나고, 평등을 지향하는 정의로운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연대와 지지의 힘은 폭력과 차별을 밀어낼 수 있다. 무기력에 빠지지 말고, 지금 우리 앞의 이 퇴행부터 맞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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