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위기, 인구정책 달라져야[5·끝]허문구 산업연구원 지역균형발전연구센터 소장
지방소멸위기, 인구정책 달라져야[5·끝]허문구 산업연구원 지역균형발전연구센터 소장
  • 임명진
  • 승인 2023.11.22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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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장 지역으로 인구이동…유출 막아야 소멸 탈출
허문구 지역균형발전연구센터 소장은 “지방소멸위기는 수도권 지역까지 일부 소멸위기지역에 포함이 되면서 점차 지역소멸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연구원은 종래까지 지방소멸지표로 사용되던 일본의 마스다 지수 대신, 지방소멸은 인구 유출 등 사회적 요인이 더 크게 작동된다는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 기반의 ‘K-지방소멸지수’를 새롭게 제안했다.

허 소장은 “지방소멸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출산율이 아니라 인구 유출에 있다”면서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까지는 없었던 파격적인 행·재정적 정책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지방소멸지수’를 개발한 배경은?

▲지금까지 주로 사용해 온 지수는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라는 학자가 제시한, 젊은 여성이 적은 지역은 출산율이 낮아지고 자연적으로 출산율보다 사망자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지방소멸에 직면하게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마스다의 공식은 우리나라의 실상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우리의 경우 비수도권, 즉 지방소멸 위험성이 높은 지역은 출산율이 높게 나타나고, 오히려 젊은 여성이 많은 수도권이나 대도시에서 출산율이 낮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다 우리 실정에 맞는 측정 지표를 고안해 낸 것이 바로 K-지방소멸지수다.

-인구감소지역의 출산율이 더 높게 나오는 이유는?

▲우리나라 인구의 50.1%가 수도권에 몰려 있지만 우리나라의 전체 출산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의 출산율이 더 높은 이유는 첫째는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업주부나 결혼이주여성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남 해남군이 전국 지자체 중에서 몇 년 동안 가장 출산율이 높았다. 그 출산율에 기여한 사람들이 결혼이주여성들이었다.

이는 지방 소멸의 중요한 배경이 출산율 보다는 인구 유출의 측면이 더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지방 소멸에 직면해 있는 지역들은 대다수가 비수도권의 군 지역들이고 출산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인구 유출에 따른 지방 소멸의 위험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출산율이 높으면 인구가 늘어나야 되는데 기존 인구가 계속 유출된다는 거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게 생각하면 인구 이동은 매우 단순한 논리에 의해서 일어난다. 지금보다 더 좋은 일자리, 정주 여건, 교육 환경 등의 이유로 고성장을 하는 다른 지역으로 인구가 집중된다.

즉, 인구유출에 의한 지방소멸의 문제는 인구를 유인하는 또는 밀어내는 요인이 해당 지역경제의 선순환 체계가 지역 내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K-지방소멸지수는 지역경제 선순환 과정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지표인 △1인당 연구개발비, △산업다양성, △지식산업 산업체, △종사자 수, △1인당 소득수준, △인구 증감률 등과 같은 6개 지표를 토대로 우리의 실상에 부합하는 새로운 지수를 개발한 것이다.

-K-지방소멸지수의 산출 결과는?

▲전국 평균을 1로 설정하고 지역의 지수 값에 따라 ‘△지방소멸 무관지역-> △안심지역-> △예방지역-> △선제대응지역-> △우려지역-> △위험지역’ 등 총 6단계로 구분했다.

그 결과 지방소멸 위험과 우려지역에 속하는 소멸 위기지역에 속한 전국 59개 지역을 보면 전남이 13곳으로 전국의 22%를 차지하고 있으며 강원 10곳, 경남 9곳 등으로 전체 절반 이상인 54.2%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들 지역은 고령인구 비중이 전국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어 고령화가 지방소멸을 가속화하는 요인임을 보여주고 있다.

경남은 지방소멸 위험성이 가장 높은 위험지역에 의령군(소멸지수 0.441)이 포함돼 있다. 그 다음 우려지역에는 하동군(0.522), 합천군(0.561), 산청군(0.582), 고성군(0.586), 남해군(0.606), 밀양시(0.608), 소멸선제 대응지역에는 거창군(0.847), 진주시(0.886)가 포함됐다.

주목할 점은 위험지역의 9곳은 모두 비수도권의 군 지역으로 구성돼 있지만, 소멸우려 지역의 경우 수도권인 경기 가평군, 연천군을 비롯해 인천과 광역시인 부산 서구, 영도구, 울산 동구의 지역들도 일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지방소멸의 문제는 수도권과 광역시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멸 대처 방안은?

▲인구유출이 심한 지역에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생산성이 높은 청년인력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기업을 유치를 해야 하는데, 그래서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인센티브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예컨대, 지방소멸지역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소멸의 정도에 따라 법인세 등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기업의 법인세는 7년간 100% 면제, 이후 3년간 50% 감면하고 있지만 소멸위기지역의 기업에 대해서는 입지 기간 내내 100% 면제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전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에게도 소득세 감면과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차원의 특구 신설 등의 정책이 시도되고 있는데?

▲지방소멸의 원인은 저출산보다는 인구 유출이 주요 요인이기 때문에 지방인구, 특히 청년의 정착, 회귀가 중요한 과제다.

지난 2018~2022년 사이 15~34세 청년들의 수도권 유입은 42만9000명에 달하고 있다. 이중 15~19세는 3만9000명, 20~34세는 39만 명이다. 이들 청년인구의 유출 원인은 15~19세는 중·고교 및 대학의 교육환경 문제이고, 20~34세는 일자리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현 정부는 교육은 교육자유특구, 일자리는 기회발전특구 등을 통해 지방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려고 한다.

특히 지자체의 관심이 뜨거운 기회발전특구는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수도권에 있는 청년들이 지방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를 비롯해 지금까지 국가차원에서 균형발전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현 정부에서도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자는 데는 다들 동의하지만 법인세 감면 등의 정책은 재정적인 문제가 결부돼 있어 시행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를 잘 활용한다면 지금까지의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전통산업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육성 전략은?

▲인구감소지역의 대부분 공통점이 1차 산업 중심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그래서 고부가가치 기업을 유치할 수 없다면, 그 지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특화산업을 지역혁신을 유도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일본의 교토는 옛 수도이고 사찰이 많아서 불상의 금박 칠하는 기술이 발전해 왔다. 오늘날 이 금박 기술과 관련된 금속 미립자, 금속 진공 분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했는데 후쿠다 금속과 교세라, 무라타 등의 기업이 이런 상황에서 탄생한 일본의 대표 기업들이다.

경남의 경우 의령 한지나 통영의 나전칠기 같은 지역의 전통산업이 있다. 지역에서 나름 경쟁력을 가진 전통산업의 경우 우리나라는 그동안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수요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제는 지역의 전통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허문구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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