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 (656)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 (656)
  • 경남일보
  • 승인 2023.11.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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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지리산 중산리에서 열린 천상병문학제 떠올리다(1)
천상병문학제는 지리산 깊은 산중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서 열렸다. 이 문학제는 여늬 문학제와는 다르게 개최된 태생이 독특한 문학제다. 주인공 천상병(1930, 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나 광복후 마산에 정착)이 산청 태생이 아니고 산청에서 학교를 다니지도 않았고 산청에 귀촌해 산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무연고 문학제를 산청땅 지리산 골짜기에서 개최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실명 문인을 기리는 문학제는 대개가 지역을 기반으로 열린다. 통영출신 문인을 기리는 통영문학제는 고장 출신 유치환, 김상옥, 김춘수 등의 문학제이고 진해 출신 김달진의 문학제는 진해에서, 상화문학제는 태생지 대구에서, 안동 출신 이육사의 문학제는 안동에서, 이병주 태생지 하동에서는 하동 북천에서 태어난 이병주를 기린다. 진주에서는 이형기문학제를, 옥천에서는 정지용문학제를, 고흥에서는 송수권문학제를 연다. 다들 연고지 문학제다.

그런데 천상병문학제가 열리기로는 천상병의 대표작 「귀천」시비가 세워진 뒤의 일이었다. 우선 시 「귀천- 主日」부터 떠올려 보자.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70, 6 「창작과 비평」에 발표



이 시는 천상병이 천주교 신자로서 주일을 맞아 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그의 아내 목순옥 여사는 개신교에 나가고 천시인은 천주교 신자로 주일을 지키고 있을 때 쓴 시로 읽힌다. 아무리 아름다운 마음이라지만 이 세상이 아름다운 것으로 여기고 살았던 것일까? 흔히 이런 표현을 역설이라고 한다. 그러나 천상병의 일상을 생각해 보면 동심으로 돌아가 세상을 단순하고 유람하듯 살았기에 세상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의 순수성은 서울상대 졸업반일 때를 상기해 보면 그 순도를 느낄 수 있다.

그가 상과대 졸업반이 되었을 때 지도교수가 한국은행 입사 추천서를 써 줄 테니 은행원이 되어 밥 걱정하지 않고 문학을 하지 않겠는가, 하고 자기 말대로 하라고 일렀다. 그러나 시인은 월급을 받아가며 쓰는 것이 아니라 순수로, 정신으로 깨끗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므로 지도교수의 말이 시인의 정신을 더럽히는 것이라 하고 일축했다. 그래도 지도교수는 학생을 사랑하여 뜻을 굽히지 않자 대학 자퇴서를 써 내고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했다. 그런 천상병이니 그 무염시인(無染詩人)의 고고함을 누가 따를 수 있을까 싶다.

「귀천」 시비는 무연고 지리산 중산리에 세웠다. 어떤 연유일까? 이것은 아마츄어 시인 단체 한국시사랑문인협회가 주도해 세웠는데 제막식은 2002년 5월 12일이었다. 건립 논의를 위해 처음 모였던 시인은 김선옥, 손근호, 이진영, 이미연, 박득제(우담), 류준열 등이었다. 이들은 대표시 「귀천」은 하늘이라는 장소에 가까운 곳이면 좋고, 그 이미지에 어울리는 ‘새벽빛’, ‘이슬’, ‘노을빛’,‘기슭’, ‘구름’, ‘소풍’ 등을 충족시키는 자리로 천왕봉이 눈 한뼘 거리로 바싹 다가와 서 있는 중산리를 잡은 것이었다.

최종회의 때는 천시인의 생존해 있던 아내 목순옥 여사를 참석시켰고 목여사와 상주초등학교 동창생이었던 부산의 변호사 김선옥 시인이 임석했다. 2002년 3월 16일 권철현 산청군수의 승인을 얻어 그해 5월 12일 시비 제막식을 갖게 되었다. 돌은 지리산 돌,시비 글씨에 강선규,조각에 조기보였다.

천상병문학제 제1회는 2003년 5월 3일 중산리 일원(귀천시비, 정통부 세미나실)에서 한국시사랑문인협회 주최였고 세미나 발표자는 강희근(경상대 교수), 민병기(창원대 교수)가 맡았고 주제는 『천상병의 생애와 문학』이었다. 행사추진위원장에 내내 지역 출신 류준열 작가가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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