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지 말라
[경일칼럼]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지 말라
  • 경남일보
  • 승인 2023.11.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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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헌 변호사
이송헌 변호사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명언은 고려의 무장 최영 장군의 아버지 최원직이 남긴 유언이라고 한다. 고상한 표현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 가치를 언급한 명 문장이다. 그런데 최영 장군이 살던 고려시대 말기는 ‘황금’을 좇을 필요가 없던 시절이다. 특히 최영 장군 정도의 명문 가문 출신은 더욱 황금을 좇을 필요가 없었다. 고위 관료가 되기만 하면 금전적 풍요로움은 그대로 따라왔기 때문이다. 작은 이익인 황금 한 덩이 좇다가는 오히려 신변이 위험할 수 있다. 그런 시절이었다.

최영 장군이 현역으로 근무하던 그 시절에는 임금에게 충성하고 나라에 공을 세우기만 하면 경제적 풍요로움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므로 황금(재물)은 최영 장군과 같이 높은 자리의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시대가 변하기도 했고, 복지정책이 많이 실현된 지금 위와 같은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는 표현은 현시대에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돈을 가벼이 여기도록 교육받았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도 상당히 못마땅한 듯이 배웠고,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무조건적으로 내어주는, 베푸는 사람을 존경하도록 배웠다. 물론 그러한 베풂과 돈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은 대단하고, 충분히 존경할만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 생활로 돌아와 우리 주변을 ‘지금’ 냉정히 바라보면, 금전의 힘은 생각보다는 강하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들이 잘 없어서 살기는 사실 팍팍하고, 스트레스의 연속과 같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제법 힘들게 살고 있을 것이다. 우리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 쉬운 날은 한 번도 없다. 모든 일들에 위기가 있다. 변호사인 필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당신이 아무런 위기가 없이 잘 된 것만 같이 느낀다면 당신이 모르는 어떤 위험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멀리서 보는 단풍 든 산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가까이 다가가 단풍잎 하나하나를 들여다 보면, 그 단풍잎 하나하나에는 모두 세월의 흔적이 담겨 있다. 상처와 얼룩, 까만 점이나 벌레 먹은 자국 하나씩은 꼭 있다.

우리 삶은 단풍잎과 같아서 처음 싹이 돋아날 때는 흠집 하나 없지만 살아가면 삶의 흔적이 생긴다. 단풍잎 속에는 1년이 전부 들어 있다. 처음 새 잎이 났을 때부터의 좋은 날씨와 아름다운 기억, 천둥과 번개, 폭우와 가뭄 같은 좋지 않은 일들도 함께 들어 있다. 대추 열매 하나에 1년 열 두 달의 모든 날씨가 들어있다고도 하지 않던가. 우리의 상상 속에 있는 매끈한 아름다운 단풍잎이란 없다. 우리의 생(生)이 그러하다. 필자의 경험상 하도 많은 소송을 하다 보니 세상에 상처 하나 없이 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단풍잎처럼 우리는 모두 살아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처받고 흉터를 지닌다. 사는 게 원래 상처를 수반한다. 그러니 상처 하나 생겼다고 우울해 할 필요 없다. 다만, 단풍 든 산처럼 우리의 삶이 조금 멀찍이서 보았을 때 아름다운 모습이면 된다. 그러니 힘들거나 슬퍼도 견디며 살아야 한다. 지나치게 아름다울 필요도 없다. 다만, 현대사회에 있어 품위 있는 아름다운 삶은 솔직히 돈이 좀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황금 보기를 황금 같이 해야 한다.

정치적 대립이 극심한 지금의 상황에서 서민들은 누가 더 낫다며 다투기도 한다. 그러나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직들은 고액의 연금 수령권자들이다. 우리 서민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이미 ‘황금’을 확보하신 분들이다.

지금 당장 전쟁이 일어났다고 가정해보자. 전쟁터의 맨 앞에 누가 설까.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또는 고위 공무원이 설까. 아닐 것이다. 우리 서민의 아이들이 가장 먼저 총에, 대포에 맞는다. 부자인 그들을 위해 우리 서민들이 목숨을 바치는 거다.

시대가 변했다. 정치인들은 사업가이다. 그 어떤 정치인도 무급으로 일하지 않는다. 모두 고수익을 올린다. 그들은 국민의 노후는 설계하지 못해도 자신들의 노후는 안정적으로 설계해 두었다. 정치인들은 한푼 한푼 벌어서 살아가는 우리들과는 다르다. 우리는 힘든 생을 살아가는 서민들이다. 함부로 기부하지 말고, 함부로 당신을 헌신하지 말며, 함부로 당신을 소비하지 말라.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의 말을 이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싸움터에 간 장군들이 병사들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며 눈물을 흘리시면서 화살비 쏟아지는 전장의 맨 앞에 설까. 아마도 장군들은 화살비가 닿지 않는 맨 뒤에서 지시만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서민들의 삶을 서민답게 살아가야 한다. 황금을 함부로 가벼이 보지 말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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