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국토 왜곡 더 심화시킬 우려 높은 ‘메가 서울’ 추진
[경일시론]국토 왜곡 더 심화시킬 우려 높은 ‘메가 서울’ 추진
  • 경남일보
  • 승인 2023.11.28 14: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영효 논설위원
 
정영효 논설위원


국민의힘이 최근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가의 자원을 서울로 더 집중시켜 지금 보다 더 큰 ‘메가 서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뜬금없고 갑작스러움에 황당하다. 국민의힘은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출범에 이어 ‘경기도 김포시를 폐지하고 서울시 김포구’를 설치하는 내용의 특별법도 발의했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강력하게 밀어부칠 기세다. 김포시장은 서울시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구애했다. 게다가 하남, 구리, 고양, 광명, 의정부, 성남시 등 서울 인접 도시들도 덩달아 서울에 편입하겠다고 난리다. 서울은 인접 도시의 서울 편입에 대해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는 읽혀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반대하는 분위기도 아닌 것 같다. 반면 서울 인접 도시를 제외한 경기도와 인천시, 특히 비수도권에서는 ‘메가 서울’ 추진이 국토균형발전에 역행한다며 반대와 반발이 거세다. 전국이 혼란의 소용돌이다.

문제는 ‘메가 서울’ 추진이 국가와 국민의 미래에는 결코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국민적 합의는 고사하고 당내에서 조차 논의 과정이 없이 던져진 어설픈 정책이 국토의 왜곡을 더 심화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도시 간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은 다른 지역으로의 ‘메가 시티’ 움직임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부자도시가 부자도시끼리 서로 합치려고 하지, 가난한 도시와는 합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 인접 도시들이 서울 편입에, 경남에서는 김해와 양산이 부산 편입에 적극 나서는 이유도 서울과 부산이 부자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울과 부산도 편입도시가 부자도시이기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 이런 탓에 부자도시는 끼리끼리 합쳐져 더 부자도시가 된다. 그리고 가난한 도시는 그대로 남거나, 끼리끼리 합쳐져 더 가난한 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도시의 불균형 양극화가 더 심해진다. 국토 왜곡이 더 심해지는 것이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이 가져 올 더 큰 문제는 국민 상호 간에 적대감과 박탈감을 갖게 할 우려를 낳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우리는 뭔가?”하는 자괴감 마저 들게 한다.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한양(서울)으로 보내라’, ‘사대문(서울) 밖으로 절대로 벗어나지 마라’, ‘사람이 살 곳은 한양 뿐이다’라는 둥 지방을 천대시했던 차별적인 말들이 다시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우리의 뇌리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서울사람은 선민(選民)이고, 지방사람은 천민(賤民)’이라는 의식이 다시 소환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대도시 사람은 선민이고, 중소도시 사람은 천민’이라는 의식으로까지 비약될 조짐 마저 보이고 있다. 국어사전에는 선민은 ‘한 사회에서 특별한 혜택을 받고 잘사는 소수의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또 천민은 ‘지체가 낮고 천한 백성, 조선 시대에, 천역에 종사하던 가장 낮은 계급의 백성, 신분 사회에서 천대를 받던 최하 계급’이라고 정의돼 있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 문제는 내년 총선의 결과를 좌우할 최대 변수가 됐다. 그런 점에서 일단 국민의힘은 메가톤급 변수를 던짐으로써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에서의 불리한 국면을 뒤흔들어보겠다는 작정으로 시도했다면 아마 성공한 것 같다. 물론 뜬금없는 이 정책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지, 아니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리고 총선용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으로 의석수 많은 부자도시 눈치만 보는 민주당 또한 국민의힘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국민들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국토 왜곡도, 사라졌던 나쁜 국민의식 소환도 마다않는 정치권의 못된 심보(?)를 모두 꿰뚫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