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국회의원 수, 줄여야 하는 이유
[경일시론]국회의원 수, 줄여야 하는 이유
  • 경남일보
  • 승인 2023.11.2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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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의원 정수를 여당이 먼저 나서 10%를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총선을 앞두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하다.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하는 이유를 꼼꼼하게 살펴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우선 민의가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기에 찬성하는 응답이 절반을 훌쩍 넘고, 70%에 달하는 여론조사도 있다. 21대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율이 85%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의원 감축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6대 국회 때 116명, 16대 국회 땐 26명을 줄인 적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한 명이 대표하는 국민 수는 17만 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2만 명보다 많은 편이다. 일본 27만 명, 미국 76만 명 보다는 적지만, 독일과 프랑스 각각 11만 명, 영국 10만 명 보다는 많다. 그러나 숫자로만 비교할 바는 아니다. 의원내각제가 뿌리 깊은 나라들과 같이 놓고 볼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국회가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집단이라는 점이다. 한국 국회의 경쟁력은 OECD 국가 가운데 26위로 최하위에 속한다(서울대 조사). 지난 20대 국회는 ‘신뢰하는 국가사회기관’ 조사에서 1.8%로 꼴찌를 기록했다. 마구잡이 입법을 하다 보니 발의된 법안 가결률이 11%에 불과한 실정이다.

보수와 특권을 보면 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생산성은 낮은데 비해 국회의원 특권은 OECD 최상위다. 의원 연봉만 하더라도 지난해 기준 국민 1인당 국민소득(GNI) 대비 한국(세전 1억5426만 원)은 3.36배로 일본(2.31배) 미국(2.28배) 영국(2.03배)의 약 1.5배에 이른다. 보좌진 수는 9명으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OECD 주요국(2~5명)의 2~4배에 달한다. 일본은 3명에 불과하다. 북유럽 나라들은 의원 2~4명이 비서 1명을 공유한다. 그러니 연봉 이외 경비도 이들 나라보다 더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의원이 보좌진을 개인 용무, 집안 행사 등에 사적으로 활용하다가 문제가 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국회의원 사무실 넓이는 150평방미터(약 45평)로 주요 국가에 비해 4~5배 넓다. 영국은 중진의원이 아니면 서너 명이 한 사무실에 칸막이를 쳐놓고 사용한다. 이탈리아는 2020년 헌법을 개정해 상하원 의원 수를 300명 넘게 줄였고, 독일은 지난 3원 하원의원 수를 106명 줄이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프랑스도 30% 감축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추세도 주목할 만하다. 점점 줄어드는 유권자 수도 고려해야 한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여론을 감안해 의원 수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국회의장과 야당은 오히려 증원을 주장하고 있다. 의원을 늘리는 대신 세비(보수)를 줄여 재정 지출 총액은 변함 없도록 하자고 한다. 그러나 보수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도 규제, 포퓰리즘 입법 폭주로 인한 폐해가 큰 것을 감안하면 줄여도 시원찮을 판이다. 정치 과잉은 또 어떤가. 국회가 헌법에 정해진 정부 예산편성권까지 갖겠다고 달려드는 마당이다. 보수를 동결한다고 해도 보좌진 감축 등 특권을 줄이지 않으면 연간 700억 원 가량 더 들어간다. 의원 수가 증가하면 국고가 부담하는 선거비용, 정당 보조금 등도 덩달아 늘어난다. 게다가 선거 때마다 세비 30% 감축 공약을 제시해 놓고 지키기는 커녕 더 올려받는 것을 보면 ‘보수 총량 동결’ 약속도 믿을 수 없다.

비례대표는 어떤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국회에 진출시킨다는 원래의 취지는 한참 뒤틀려 있다. 선정과정에서부터 계파 보스의 자기 사람 심기 경쟁이 벌어지고 시민단체와 운동권 인사들의 자리 챙기기 용도로 변질된지 오래다. 현 상태로라면 비래대표도 줄이는 게 낫다. 이러한 여러 측면에서 보면 ‘의원 수 감축’은 한번 툭 던져놓고 말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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