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어센틱(Authentic)

한중기 논설위원

요즘 명품은 정품 보다 레플리카(Replica)가 더 인기다. 같은 디자인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다. 신발 가방 지갑 옷 시계 할 것 없이 다양한 명품 레플리카 사이트가 즐비하다. 명품 레플리카 찾는 비법까지 나올 정도다. 짝퉁 복제품으로 천대받던 제품이 이제는 레플리카라는 이름표로 당당하게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레플리카는 문화예술계에서 더 활발하게 활용된다. 진본 문화재나 예술작품 대신 복제품으로나마 문화향유 기회를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레플리카는 다각도로 활용되고 있다. 진짜가 아니라도 대리만족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용성은 충분하다. 인공지능(AI) 딥페이크가 나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모든 영역으로 확산돼 진위구분이 쉽지 않다.

▶문제는 진실성 위기다. 옷가지나 문화예술품 같이 보이는 레플리카는 실용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랄 수 있지만, 가짜뉴스나 거짓 정보가 범람하는 무형의 레플리카 폐해가 심각하다. 사회를 불신의 늪으로 빠지게 한다. 객관적 사실과 진실을 보고도 진영논리로만 접근하는 시대상황과 맞물리면서 짝퉁이 날개를 단 격이다.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시대를 반영하듯 올해의 단어로 ‘어센틱(Authentic:진실)’이 선정됐다. 미국 유명 출판사 메리엄-웹스터가 한 해 동안 단어 검색량과 관련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선정했다. 거짓이나 모방이 아닌 진실과 진짜를 갈구하는 세태의 반영인 셈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내년에는 또 어떤 단어가 시대를 관통할지 궁금하다.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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