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산불 시작될 계절, 종합대책으로 대비해야
[경일포럼]산불 시작될 계절, 종합대책으로 대비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23.12.0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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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낙엽이 지고 있다. 멋진 가을 풍광을 즐기는 것과 함께 이제 낙엽 지고 옷을 벗은 숲에는 산불이란 화마(火魔)가 기지개를 켜고 활동을 시작하려 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산불은 논 밭두렁 태우기, 숲에서 담배 피우기, 산림과 가까운 곳에서의 전기사고 등 다른 많은 원인이 있지만, 산불이 빠르게 확산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현재 조림된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는 테르펜이라는 물질이 알코올 성분을 띠고 있어 불에 잘 탄다. 마르지도 않은 솔잎에 불을 붙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불은 나무에 붙어 순식간에 옆 나무들에 옮겨붙는다. 그렇다면 옆 나무들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에 따라 불이 옮겨붙는 속도는 달라질 것이다. 우리의 숲은 빽빽하다. 밀도가 너무 높다. 생태학자 대다수가 우리 숲이 불에 잘 타는 수종과 밀도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강도 높은 숲가꾸기가 필요하다는 역설이다. 더구나 산불이 난 이후 불탄 숲속 땅은 침엽수가 불에 타 토양에 왁스층이 형성돼 건조하다. 건조한 땅은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 등으로 큰 비가 오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산사태나 땅밀림 등 산지 재해가 가중된다.

침엽수보다는 활엽수가 덜 탄다. 나무껍질이 코르크로 싸여 있어 불에 강하다. 혹자는 코르크가 더 잘 타지 않냐고 하겠지만, 코르크로 실내장식을 한 주택이 불에 훨씬 강하다고 한다. 실제 활엽수로 구성된 숲과 침엽수림의 불타는 속도는 천양지차다. 불을 끄고 난 뒤에도 활엽수는 생존해 있을 확률이 훨씬 높다. 결국 자연으로의 복귀가 앞당겨진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소나무로 이루어진 불탄 숲은 활엽수로의 복구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송이라는 경제적 효용이라는 측면만을 고려해 소나무로의 복구를 고집해서도 안 될 것이다. 참나무류 등 활엽수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훨씬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다층림을 조성해야 한다. 산림의 숲 함양기능을 증진하고 보다 건강한 숲을 유지하고 생태적으로도 활기찬 숲은 초본층, 관목림, 아교목, 교목이 층층으로 자라는 다층림을 이룬 숲이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산불예방교육이 필수적이다. 논 밭두렁 태우기, 산자락과 가까운 곳에서 쓰레기 등을 태우려는 불놓기는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산불 대다수가 이런 일들로부터 원인이 된다면, 근원적인 대책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 그것이 농산촌 주민들에 대한 직접적인 산불예방교육이다. 농산촌 주민들이 자주 모이는 곳에서 영상이나 과학적인 자료 등을 가지고 산불예방교육을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그것이 농산촌 주민들에게 효과적인 산불 예방이 될 것이다. 산림청 산불통계에 따르면 산불 발생 원인의 대부분이 등산객의 실화, 어린이의 불장난, 논·밭두렁 태우기, 무속 행위 및 군사훈련 등 인위적인 요인에 따른 사소한 부주의가 전체 산불 발생 원인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불이 났을 때 조속히 진화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산불진화임도가 발달하지 않아 불을 끄려고 해도 산불진화인력이 산불지역으로의 진입이 어렵다. 그저 헬기를 이용한 진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말이다. 기존에 간선임도가 있는 지역도 있지만, 산불발생시 진화 차량의 교행을 위한 충분한 최대도로 폭(5m)을 갖지 못해 산불진화임도의 필요성이 심각하다. 산불진화임도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그래서 산불진화임도를 안정적으로 개설하는 일은 꾸준히 해야 하는 일이다. 산불예방교육과 아울러 활엽수 강화 정책 그리고 숲가꾸기 등 종합적인 정책과 대책의 실행이 산불을 줄일 수 있다. 한 번 불타면 숲은 황폐되고, 다시 숲으로 돌아오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린다는 걸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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