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사천시의 말뿐인 기업·투자 유치
[현장칼럼]사천시의 말뿐인 기업·투자 유치
  • 문병기
  • 승인 2023.12.04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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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언행불일치’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말과 행동이 전혀 일치하지 않을 때 자주 쓴다. 겉은 번듯하고 그럴싸하게 포장했지만 속은 텅 비었거나 실속이 없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요즘 들어 사천시가 하는 일이 딱 이 모양이다. 겉으론 기업 유치니 투자 유치를 외치면서 실상은 이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민선 8기 박동식 시장은 핵심공약으로 기업 유치와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겠다고 했다. 유명무실했던 투자유치팀을 투자유치산단과로 격상하는 등 강한 의지를 내비췄다. 이는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인구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사천시에 희망과 장밋빛 미래를 보장받기 위함이었다. 사천의 현실을 정확히 꿰뚫어 보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공약이었다.

그가 취임한 지도 벌써 1년 6개월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업적들을 쌓았고 많은 변화들을 이끌어 냈다. 특히 핵심공약들의 실천이나 청렴 시정 등은 눈에 띄지만, 유독 강조했던 기업 유치나 투자 유치 부분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박 시장 취임 이후 시는 10여건이 넘는 기업과 투자 유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성과를 낸 것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천시가 직접 발로 뛰어 유치한 것보단 대부분 경남도의 주도하에 이뤄졌다. ‘남의 밥상에 숟가락 얹는 것’에 불과했다는 의미이다.

물론 박 시장이 노력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아무리 시장의 의지가 확고하고 강한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혼자만의 의지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시장이란 자리가 그리 한가하지도, 한쪽만 보고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큰 틀을 제시했으면 그 다음은 공무원의 몫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천시 일부 공무원들은 그럴 마음도 의지도 없는 듯하다.

SK에코플랜트가 사천에 추진하려는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복합단지 조성사업만 봐도 그렇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3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에 이어 향후 조 단위의 투자를 하겠다며 제 발로 찾아왔다. 환영은커녕 ‘동냥 온 거지’ 취급한다.

‘왜 시끄럽게 사천에 오느냐’는 그나마 양반이다. ‘내 임기 끝나고 하면 안 되겠느냐’는 공무원도 있다. 다른 지자체는 유치를 못해 안달이라 하면 ‘그럼 거기로 가면 되겠네’라며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한다. 국민의 혈세로 월급받는 공무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말을 내뱉는다. 지금껏 자신들의 노력으로 구멍가게 하나 유치하지 못한 이들이, 제 발로 굴러온 복을 걷어차는 것도 모자라 딴죽을 걸고 있다. 일 안해도 월급 나오고 열심히 한다고 더 주는 것도 아니니 굳이 힘든 일 찾아서 머리 아프게 일할 이유도 없다. 전형적인 철밥통의 한 단면이다.

과거부터 사천시 일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은 익히 소문나 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표방했지만, 정작 창업이나 투자를 하려했던 이들은 ‘사천처럼 비협조적이고 융통성 없는 조직은 본적이 없다’고 혀를 내두른다. ‘되는 방법이 아니라 안 되는 방법’을 먼저 찾아내 원천봉쇄한다는 것이다.

일하지 않는 공무원, 그들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팽배해 있는 사천시가 기업 유치·투자 유치를 외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공무원이 바뀌지 않는다면 시장이라도 나서 바로 잡아야 한다. 이를 모르고 있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면서도 모른 체한다면 직무유기이다. 훗날, 시장에 대한 평가는 부지런함이나 청렴, 말 뿐인 쇼가 아니다. 임기동안 지역발전과 시민의 삶의 질이 얼마나 향상됐는지에 대한 성과와 결과물이다. 무능한 시장과 유능한 시장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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