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소박하고 푸짐한 ‘거창의 시골밥상’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소박하고 푸짐한 ‘거창의 시골밥상’
  • 경남일보
  • 승인 2023.12.0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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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변호사이자 정치인이면서 미식가로서 요리저술가로 유명한 쟝 앙뗄므 브리야-사바랭(Jean Anthelme Brillat-Savarin:1755-1826)은 그의 명저 ‘맛의 생리학(Physiologie du gout’에서 ‘네가 뭘 먹는지 말해주면, 네가 누군지 말해 주마.(Dis-moi ce que tu manges, je te dirai qui tu es.)’라는 명언을 남겼다. 일상생활에서 음식은 영양 섭취를 통한 생명 유지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 개인의 정체성은 물론 한 나라나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규정짓는 중요한 요인임을 지적하는 명쾌한 구절이라 할만하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이지만 각 지역에서의 기후나 토양, 그에 따른 산물과 문화적 특성 및 전통 등의 차이로 인해 지역별로 독특한 향토 음식들이 전해져 오고 있다. 물론 지역 간의 인적 물적 교류로 인해 특정 지역의 향토 음식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어 그대로 정착하거나 그 지역에 맞게 변형되어 정착된 경우도 있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일상적인 식생활에서의 조리법이나 먹는 방식에서 공통적인 면이 많지만, 그 지방에서 나는 토산 식품과 특별한 양념이 보태어져 지방마다의 고유한 향토 음식들이 전수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향토 음식은 우선 지방별로 서울지방, 경기도지방, 강원도지방, 충청도지방, 전라도지방, 경상도지방, 제주도지방, 황해도지방, 평안도지방, 함경도지방으로 나뉘지만, 시군별로 지역적 전통적 향토 음식들이 발굴돼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산야들 가운데, 산색이 아름답고 물이 맑다는 산자수명(山紫水明)과 산수의 경치가 아름답다는 산명수려(山明水麗)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넓고 비옥한 토지와 볕이 잘 드는 지형 덕분에 잘 자라는 곡식과 채소, 열매들, 청정한 민물 어류나 축산물로 소박하면서도 푸짐한 밥상을 자랑하는 고장이 있다. 바로 경남의 거창군이다. 거창군은 지난 2018년 사장되어가는 지역 향토음식들을 발굴해 지역의 음식문화적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12개 읍·면에서 출품한 시골밥상 경연대회를 시작으로 2019년을 거쳐 2022년까지 총 3회에 걸쳐 경연대회 수상작 중 26개 작품을 엄선한 뒤, 향토음식의 맛과 멋을 현장감 있게 기록해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낸 도록을 제작 출간했다. 도록의 명칭은 거창의 자연이 키운 재료로 어머니의 솜씨와 고향의 정취와 미각을 담아 차려낸 ‘거창의 시골밥상’이다.

‘거창의 시골밥상’에 수록된 향토음식 가운데는 레시피나 맛이 다를 수는 있겠으나, 명칭으로 보아서는 다른 지역에서도 맛볼 수 있는 밥상들이 적지 않지만, 명칭 자체가 이색적이면서 어떤 음식일까, 또 그 맛은 어떨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음식들이 여럿 보인다. 우선 소 쓸개즙 곱창과 염통구이가 묘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다음으로는 시래기밥에 강된장 그리고 다슬기 고추다대기라는 밥상이 구미를 돋군다. 그다음으로는 건채볶음과 국두더기 무침에 송이국 밥상이나 팥잎 비빔밥에다 민들레 김치와 칡잎 양념무침 밥상은 매우 토속적 음식일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매우 거창스럽게 여겨지는 밥상’으로, 다슬기 손칼국수와 사과 시루떡 밥상과 더불어, 거창사과 퐁당열무김치와 고디국 그리고 고추다대기 주먹밥 밥상과 콩잎 찜에 콩잎 김치 그리고 더덕김치는 매우 향토색 짙은 맛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K-컬쳐’가 전 세계인의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현상화되는 가운데, ‘K-food’도 빠르게 글로벌화 되고 있다. 김치, 불고기, 라면, 잡채, 한국식 치킨, 떡볶이, 호떡, 막걸리, 소주, 김을 비롯한 해조류, 비빔밥, 김밥 등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나날이 급증하고 있다. K-food의 세계화 전략에 발맞춰 우리나라 각 지역과 고장의 향토음식들을 체계적으로 발굴해 창조적으로 계승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이 모든 지자체 차원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길 기대해본다. 지역관광 활성화 방안은 ‘볼거리’, ‘살거리’ ‘즐길(체험)거리’와 더불어 ‘먹을 거리’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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