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이세돌 대 AI 대 정치
[여성칼럼]이세돌 대 AI 대 정치
  • 경남일보
  • 승인 2023.12.06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윤정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정윤정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경기 4대 1로 알파고 승리, 2019년 한돌과 이세돌의 경기(이세돌이 2돌 먼저 두고 시작하는 접바둑)에서 2대 1로 한돌이 승리하였다. 사람은 사람의 위대함에 기대를 걸고 사람의 능력을 응원하였으나, 사람이 만든 프로그램에 불과한 AI의 승리는 큰 충격이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AI의 능력에 공포를 느꼈다.

이렇게 시작된 AI와 사람의 대결이었는데 이제는 대결이 아니라 AI의 능력을 이용하는 시대가 왔다. 즉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 사람과 같이 살고 있다. 인공지능 친구가 곁에서 말동무가 되는가 하면, 비서가 되기도 하고, 목적지까지 자율주행으로 기사가 되기도 한다. 내 생활 어디까지 들어와 있을까?

AI는 정보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나의 정보를 바탕으로 내 명령을 수행한다. 나의 취향이 입력되어 있으면 내가 좋아할 만한 드라마를 추천해주고, 내가 만족할 만한 맛집을 소개해준다. 나의 신체조건과 인바디 검사 결과까지 알고 있으니 나에게 맞는 운동, 내가 정해주는 지역 내 나에게 맞는 산도 추천해준다. 어디 나 뿐이랴? 시어머니의 정보를 입력해주면 올 설에 무엇을 선물해드릴지도 알려준다. 아들의 정보를 입력하면 아들이 어느 고등학교를 가야할지 16년을 양육해온 나보다 더 잘 안다. 불과 10초 안에 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 편리함뿐만 아니라 인간관계까지 끼어든다는 이야기다.

인공지능 개발 사업을 하는 지인이 범죄자들의 글을 모으고 있었다. 편지도 좋고 일기도 좋고 프로그램 활동지도 좋고 어떤 글이든 범죄자들의 글을 모은다고 했다. 본인이 교육 프로그램에 무료 강사로 들어가 더 많은 그들의 언어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 당시는 이 작업이 어디에 사용될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연구려니 생각했다. 벌써 오래전 일이다. 당시는 개인정보 보호법이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망에서나 금융거래와 같은 개인 자산 보호에 쓰인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개인정보라는 것은 내가 상상하는 이상의 미지의 세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생기기 전에 이미 환자들의 정보, 범죄자들의 정보, 학생들의 정보, 주민들의 정보,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정보, 손님들의 정보가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수집되고 있었다. 이들의 정보가 있어야 이들을 분석할 수 있고, 이들의 취향에 맞는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한 번을 진 것은 결코 손해가 아니다. 그 한번이 알파고를 더 완벽하게 만드는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AI는 정보를 먹고 무섭게 인간을 뛰어넘고자 한다.

AI 시대가 왔다면 AI의 능력에 위기감과 공포를 느끼고 있을 때만은 아니다. 사람의 생활을 편하게 하는 것은 AI가 아니라 AI까지 규제하는 정치다. 정치는 AI가 사람에게 어떤 위기로 다가올지 어떤 공포가 될지 미리 예측하고, 그 개발과 이용, 규제에 대한 법을 제정하고 개정할 수 있고, 그에 필요한 예산을 결정할 수 있다. 우리의 모든 정보가 흘러 들어간 후 개인정보보호법을 만드는 실수를 범하기 전에 AI 시대의 변수를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마저도 놓치면 AI가 정치인보다 유능한 정치를 할 수도 있다. AI야 00에게 맞는 정책을 수립해줘. AI야 우리 자치단체는 무엇이 필요하니? AI야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니? AI야 이 정책에 맞게 2024년 예산을 수립해줘. AI야 이번 선거에는 어떤 후보를 원하니?

AI가 입력된 정보를 분석하고 학습능력으로 재창조는 할 수 있으나, 사람 자체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인 AI보다 같은 사람인 정치인이 사람을 직접 이해하는 것이 훨씬 행복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