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진주박물관 조선 무기 특별전 ‘화력조선Ⅱ’
국립진주박물관 조선 무기 특별전 ‘화력조선Ⅱ’
  • 백지영
  • 승인 2023.12.0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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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10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
‘병기는 백 년 동안 쓰지 않더라도 하루도 준비가 없어서는 안된다.’(정약용 목민심서 병전)

임진왜란 후 300년, 대항해시대 물결을 타고 들어온 유럽 신병기를 개발·개량해 국토 수호에 나섰던 조선의 화력이 어떻게 타오르고 사그라들었는지 조망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제 해상교역의 바람이 조선 화약 무기 발전에 미친 영향을 비롯해 무기 개발에 분투했던 조상들의 노력과 한계를 통해 조선 화약무기의 정점, 그리고 종점을 마주할 수 있는 전시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지난 5일부터 내년 3월 10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조선 무기 특별전 ‘화력조선Ⅱ’를 개최한다.

◇조선 화력무기 거시적 조망=이번 전시는 고려 말부터 조선 전기까지의 화약무기 발달사를 다룬 2021년 특별전 ‘화력조선Ⅰ’의 후속편이다. 선행 전시 때부터 염두에 뒀던 전시로, 거대한 문명사적 관점에서 바다를 건너온 신병기를 소개한다. 16세기 대항해시대 동서양의 교류 속 유입된 화약무기의 면면을 조명하고, 17세기 이후 조선의 화약무기 개발 노력과 한계를 밝힌다. 전시에는 박물관 측이 수행했던 대형화약무기 연구 성과 일부가 녹아있다.

전시는 대항해시대 동서양 교역의 매개였던 포토시 은화를 필두로 군영의 이름을 새긴 조총, 불랑기 자포(보물), 운현궁 소포 등 조선 후기의 화약무기를 총망라한다. 화약무기의 제작·활용과 관련된 각종 자료와 면제배갑(등록문화재 제459호)을 더해, 총 150점(보물 4건 포함)의 중요 유물을 국내 18개 기관으로부터 출품받아 선보인다.

조선의 화약무기는 1388년 최무선의 국산화를 시작으로 임진왜란 등 굵직한 외환과 내환에서 방패로 기능했지만, 19세기 엄혹한 국제정세 속에서 끝을 맺는다. 전시는 화약무기를 발전시켜 나라를 지키려던 조선왕조의 의지와 노력을 곱씹게 한다.

◇영상·조총체험 등…당대 조선으로의 초대=전시는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프롤로그 ‘대항해시대와 동아시아’에서는 대항해시대 동서양 문화교류의 모습을 밝히고, 당시 동아시아에 유입된 유럽제 화약무기의 종류와 특징을 소개한다.

1부 ‘조선에 건너온 신무기’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와 일본으로부터 유입된 신무기를 소개한다. 신무기의 국산화를 위한 노력과 그에 맞춘 전술의 도입을 조명하고, 이를 활용하여 국난을 극복한 사례를 소개한다.

2부 ‘변혁의 불꽃, 그리고 한계’에서는 조총 도입에 의한 정치·사회·문화적 변화상을 소개한다. 18~19세기 새로운 화기를 개발하고 국방력을 강화하고자 했던 노력을 조명하는 한편 기존 무기 체계의 한계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밝힌다.

에필로그 ‘화력조선의 종점’에서는 조선군의 방탄복, 면제배갑(국가등록문화재 제459호)을 전시해 여운을 더한다.

전시는 주제 특성상 대형 맵핑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관람객을 당대 조선으로 초대한다. 지난 ‘화력조선Ⅰ’과 비교하면 무기를 직접 만지며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장을 확대한 점도 눈에 띈다. 재현 제작한 화승식·수석식·뇌관식 등 다양한 조총을 유리벽 뒤편이 아닌, 누구나 만질 수 있도록 전면 배치했다. 실제 지난 5일 개막식에서는 조선의 화약무기를 더 실감 나게 즐기게 하려는 의도에 맞게, 조총 방아쇠를 당겨보며 동행과 감상을 공유하는 방문객이 여럿 눈에 띄었다.

전시를 준비한 김명훈 학예연구사는 “조선이라는 국가의 화약 무기 발전사를 다루면서도 어떤 한계점을 가졌는지 동시에 보여주기 위해 고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항해시대가 유럽만의 역사가 아니라, 화약무기 발전 등 동아시아 전반에 끼친 영향에 주목해 전시를 관람하면 더 흥미로울 것”이라며 “전시를 통해 조선도 손 놓고 있지 않고, 지속적으로 화약 무기를 발전시켰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17~19세기 조선 화기. 사진=국립진주박물관
조선 정조 대 제작 무기. 사진=국립진주박물관
운현궁 소포. 사진=국립진주박물관
지난 5일 국립진주박물관 조선무기특별전 ‘화력조선Ⅱ’ 개막식을 찾은 방문객들이 정주성 전투일지 영상 콘텐츠를 감상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지난 5일 국립진주박물관 조선무기특별전 ‘화력조선Ⅱ’ 개막식을 찾은 방문객들이 김명훈 학예연구사 설명으로 조총의 시대를 다룬 전시 공간을 살펴보고 있다. 백지영기자
유럽에서 넘어온 신무기 조총을 화승식·수석식·뇌관식 등 재현품으로 제작해 직접 만지고 방아쇠를 당겨볼 수 있도록 한 체험 공간. 백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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