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13]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13]
  • 경남일보
  • 승인 2023.12.06 16: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까치발의 말밑(어원)
지난 글까지 ‘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들을 이어서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처음으로 알려드리는 글에 ‘까마귀발’이 있었습니다. 까마귀발은 ‘때가 덕지덕지 낀 시꺼먼 발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었지요? 때는 발뿐만 아니라 손에도 끼기 쉽습니다. 그래서 ‘때가 덕지덕지 낀 시꺼먼 손’을 빗대어 ‘까마귀손’이라고도 합니다. 까마귀발, 까마귀손은 ‘까마귀’라는 새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 까마귀발과 함께 알려드렸던 ‘까치발’도 새 가운데 하나인 ‘까치’와 이어지는 것인지 그 말밑(어원)이 궁금하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까치발의 말밑(어원)과 아랑곳한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앞서 알아본 까마귀발은 까마귀의 몸 빛깔과 때의 ‘빛깔’이 서로 비슷한 것 때문에 만들어진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까치발은 까치의 무엇과 비슷해 이런 이름이 붙었을 까요? 까치발의 말밑을 두고 크게 두 가지 풀이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까치발 어원’이라고 찾으시면 가장 많이 보이는 풀이입니다. 그 풀이를 그대로 옮겨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까치의 발은 앞 발가락은 잘 발달한 반면, 뒷 발가락은 매우 짧다. 게다가 뛸 때는 뒷꿈치를 치켜 올리는 습성이 있다. 여기서 ‘까치발’의 어원이 유래했다. 발 모양만 보면 사람이 뒷꿈치를 든 모습이나, 까치가 총총 뛰는 모습이 매우 흡사하다.(출처 중부매일)

이 풀이를 보면 아주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까치의 발을 살펴보면 뒷발가락이 짧지도 않고 까치가 뛰는 모습을 봐도 우리가 발뒤꿈치를 드는 것과 비슷한 모습을 찾아보기 쉽지 않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는 것입니다. 제가 앞서 이 꼭지에서 ‘설’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이야기를 할 때 ‘까치설’의 말밑(어원)을 알려드린 적이 있는데 생각이 나실지 모르겠습니다. 까치설의 말밑을 두고도 여러 가지 풀이가 있습니다. 흔히들 ‘까치의 설’이라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까치설의 까치는 새를 가리키는 ‘까치’가 아니라 ‘작은’의 뜻을 가진 ‘아치’와 더해진 ‘작은설’이라는 뜻의 ‘아치설’이 소리가 비슷한 ‘까치설’로 바뀐 것이라고 풀이가 가장 그럴듯한 풀이라는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까치설의 ‘까치’가 날아다니는 새 ‘까치’가 아니라 ‘작은’, 으뜸 다음에 오는 ‘버금’, ‘오롯함에 조금 못 미치는’의 뜻을 가진 ‘아치’에서 온 거라는 풀이와 까치발의 말밑이 이어지는 풀이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까치발’은 뒤꿈치를 들어서 앞굽으로만 선 것으로 발바닥이 모두 다 바닥에 닿지 않는 오롯하지(완전하지) 못한, 불안한 발모양을 가리키는 ‘아치발’에서 온 말이라는 풀이입니다. 여러분은 두 가지 풀이 가운데 어떤 풀이가 더 그럴듯하게 느껴지시는지요?

어떤 풀이가 반드시 옳고 또 다른 풀이가 아주 틀렸다고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두 가지 풀이를 보고 어느 쪽이 더 그럴듯한지를 가늠할 수 있을 뿐입니다. ‘까치걸음’이라는 말도 있는데 ‘까치가 걷는 것 같은 걸음’이라고 풀이를 하면 실제 우리가 발뒤꿈치를 들고 잘게 발걸음을 내디디며 걷는 것과 ‘까치의 걸음’을 견주어 보면 서로 닮은 것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아치걸음’이라고 보고 제대로 된 여느(보통) 걸음보다 잘게 걷는 ‘작은 걸음’이라고 보고 실제 걷는 모습과 견주어 보면 많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모로 생각해 보시고 어떤 것이 더 그럴듯한지 가늠해 보시기 바랍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