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너희들끼리
뭉쳐있는 모습
아름답지 않아
―박미영 ‘균형을 원해’
누군가 절에 불을 질렀다. 더욱이 절은 방화한 자의 소유물도 아니다. 불을 낸 사람은 예외 불문하고 방화범이 된다. 그 방화범이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이 아니라 일반 학승이나 선승이었더라면 종단은 어떻게 했을까. 세간에 자자한 그의 숱한 범계와 악업이야 불자 아닌 국민이야 자세히 모른다 쳐도 안성 칠장사 방화 사건은 국민이 보았다. 언론과 종단은 그의 자살을 한목소리로 소신공양 입적이라고 칭한다. 자신의 소유도 아닌 절에 불을 지른 이를 지칭하는 말치고 지나친 미화가 아닐 수 없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가 조계종 스님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첫 설문 내용은 ‘자승스님의 죽음을 소신공양이라 말할 수 있는가’였다. 93.1%가 ‘영웅 만들기 미사여구’라는 부정적 응답이었다. 소신공양이란 응답은 6.9% 뿐이었다. 하물며 불자가 아닌 국민의 눈에는 이 사태가 어떻게 보일까. ‘그렇게 너희들끼리’, ‘뭉쳐있는 모습’이 저 조형물 같을 것인데, 저 조형물이 아름답게 보이는가 말이다.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