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 (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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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3.12.0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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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지리산 중산리에서 열린 천상병문학제 떠올리다(3)
천상병문학제의 천상병문학상을 받은 시인 중 천상병의 「귀천」의 주제에 어울리는 사람은 전반기에는 이해인 수녀이고 후반기 (‘귀천문학대상’)에는 소강석(목사) 시인이다. 이해인 시인(수녀)의 시세계는 본란에서 더러 언급이 있었다. 시집 『작은 기쁨』 끝에 실린 필자의 해설을 참고할 수 있다. 그의 시를 필자는 「지상에서 하는 천상의 말」이라 하여 수도자의 삶과 기도가 중심임을 강조했다.

이에 비해 소강석(목사) 시인은 시선사 100인선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다』(2020)가 베스트 셀러 대열에 들어선, 읽히는 시로 알려져 있고 그 세계의 음영이 이해인 시인과는 차이가 있어 여기서 그 세계를 살펴볼까 한다. 잠시 시집 끝에 있는 「시인 소개」를 인용해 본다.

“그는 맨바닥에서 기적 같은 교회 부흥을 이루어 5만명의 신도시 대형교회 목회자가 되었으며 대한예수회 장로회 총회 부총회장으로 섬기고 있다. 「꽃씨 심는 남자」(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을 비롯하여 40여권의 저서와 9권의 시집을 출간하였으며 기독문화대상, 윤동주문학상, 천상병문학대상, 국민훈장을 수상하였다. 현재 용인 죽전 새에덴교회 담임목사로서 회색빛 도시인들의 가슴에 민들레 홀씨 같은 목가적 사랑과 꿈을 심는 창작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소강석 시인의 시는 이해인 시인의 시에 비해 십자가나 하나님 지향의 직접성에 힘이 실리기보다는 우리나라 민족적 정통 서정시의 본원적 맥에 더 가까이 연접해 있다. “이제껏 내가 받은/ 은총의 분량만큼/ 소리 없이 소리 없이 쏟아지는 눈/ 눈처럼 사랑하라네”(이해인의 「눈 내리는 날」)와 같은 신의 임재와 그 그물망에 걸려 있지 않고 소시인의 시는 훨씬 이미지가 자유롭고 전통 서정의 순정성에 일치하고 있다. 「하얀 철쭉」을 보자.

“그리움이 지나치면 외로움이 되는 줄을 왜 몰랐겠어요/ 사랑도 지나치면 상처가 된다는 걸 알았지만/ 늦가을에 하얗게 피어난 이유는/ 화사한 봄/ 초록의 여름이 다 지나도/ 당신에게 고백하지 못한/ 마지막 말 한 마디 남아서/ 이렇듯/ 창백한 얼굴로 /하고 싶은 말도 잊은 채/ 하얗게 피어 있다는 걸/ 왜 모르겠어요.”의 단순성, 구어체의 직접성을 주목해 볼 수 있다. 이른바 소월의 「초혼」이나 「진달래꽃」을 떠올려 보면 소 시인의 시가 그 정서나 언술의 적통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임을 알아챌 수 있다.

가령 소 시인의 「꽃과 나비」에서 “당신이 내게로 와 앉은 순간/ 나는 꽃이 되었습니다”라든가 「연서」에서 “당신은 나를 모를지라도/ 여전히 당신은 나의 시요 노래입니다” 같은 당신과의 관계망은 사랑이 존재하는 지대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한다. “늘 후회하면서도 그 늪으로 간다”(중독)에서 그 늪이 중독으로서의 지대이다.

시 「쑥 캐는 소녀」를 읽어보면 독자들은 왜 소 시인의 시가 쓰는 족족 명시 내지 읽히는 시가 되는지를 알게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에 쑥 캐는 소녀 한 명/ 가슴에 품고 산다/ 살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너무 힘들어 잊고 살아서 그렇지/ 아지랑이 피어 오르는 봄언덕/ 풀밭에 엎드려/ 쑥 캐는 소녀를 훔쳐보는 소년이 있다.” 이런 싯구에는 감정 체험의 보편적 인자가 추억의 오솔길을 내면서 독자의 흉금을 밭갈이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렇지, 쑥을 캐기도 하지만 달롱개, 무릇, 냉이, 씀바귀들도 캐면서 콧노래 부를 것이다.

우리나라 적통 서정시라 하면 김소월, 서정주, 박목월 등에 박재삼 시인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주목할 수 있는 것은 소 시인은 대형교회를 끌고 가는 목회자인데 십자가에 착한 사람 하나 걸어 놓는다든지 네 이웃에게 해 주는 것이 내게 해준다는 말씀 같은 말씀의 은사를 산상수훈처럼 제시할 법도 하지만 소 시인은 그보다 그리움이나 풀꽃이나 갈대나 바람 같은 피조물의 내밀한 아침이나 저녁이 소중하다. 그 창조된 신비나 관계 앞에서 오히려 허리를 구부리거나 감성의 본질에 우선하는 시를 쓴다. 그렇다고 소 시인의 시가 막무가내로 기독교 구세사적 과정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넓은 테두리 안에서 시적 형상화의 단위를 세밀하고 친자연적 이미지에 근접하고자 하는 시적 전략을 보여온 결과라 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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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8 03:26:07
소강석 목사님의 강한 카리스마와 부드러운 시어가 너무 달라서 반전 매력이 있네요! 다정한 아버지가 속삭여주는것 같은 따스한 느낌입니다~

별들중하나 2023-12-07 23:27:14
그러게요~ 자연이나 사물에게 말을 건네고 대화하는 목사님의 시는 소박하고 어렵지않아 술술술 잘 읽히는것 같아요.

맑음 2023-12-07 23:14:18
목사님의 감수성은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십니다 감사드려요

박태훈 2023-12-07 22:46:13
기사를 통해 소개된 시들이 제게 대학시절의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네요~ 꼭 읽겠습니다

단풍 2023-12-07 22:42:41
쑥 캐는 소녀를 읊노라면 쑥에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와 손끝에 묻은 흙내음이 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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