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혁신의 새 신발, 적극 행정의 이름표
[기고] 혁신의 새 신발, 적극 행정의 이름표
  • 경남일보
  • 승인 2023.12.1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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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완 의령군수
오태완 의령군수


어머니와 누나 손을 붙잡고 처음으로 교문에 들어섰던 초등학교 입학식이 생각난다. 둥지에서 처음 세상 밖으로 나가는 아기 새의 마음이었을까. 마음의 크기 중에 두려움이 팔 할은 족히 넘었을 것으로 기억한다. 가슴 울렁였던 입학식이었지만, 이날 설렘으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도 있었다. 그것은 ‘새 신발’과 ‘이름표’였다. 부모님이 입학 선물로 사준 하얀 새 신발은 난생 첫 운동화로 나를 무엇보다 의기양양하게 했고, 가슴팍 손수건 위에 붙여진 이름표는 너무나 신기해 만지작거리기를 수없이 하며 선생님이 어서 나의 이름을 불러주길 고대했다. 1972년 입학식, 봄이라고 부르기에 아직 쌀쌀했던 그날이 생생하다. 슬프게도 기억은 또렷해도 흔적은 지워지기 십상이다. 50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새 신발과 이름표가 있을 리는 만무하다. 설령 있다고 해도 긴 시간 속에 아마 낡고 색이 바랬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의령군에는 세월이 흘러도 더욱 깨끗해지는 ‘새 신발’과 세월이 흘러도 더욱 또렷한 ‘이름표’가 있다. 가죽을 벗겨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킨다는 ‘혁신’은 새 신발을 신고 달려 나가고 있으며 공공의 이익 앞에 ‘후진은 없다’라는 ‘적극 행정’은 이름표를 달고 실력을 뽐내고 있다. 지금 의령군은 ‘혁신과 적극행정’이라는 두 바퀴를 함께 돌리면서 정책 추진의 동력을 얻고 있다. 의령군은 매년 11월 ‘혁신 주간’으로 정해 놓고 전 공무원들이 그야말로 혁신의 바다에 온 몸을 던지고 있다. 혁신역량UP교육, 혁신캐치프레이즈 릴레이 챌린지, 혁신 우수사례 경연대회 등 직원들은 앞다퉈 혁신의 새 신발을 자랑하고 있다.

적극 행정은 어떤가. 의령군은 적극행정을 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인 절차상 하자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면책되는 규정을 마련해 공무원들이 불합리한 규제나 관행을 극복하고, 창의적인 행정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농로·비닐하우스 도로명주소 부여, 찾아가는 동네 사진관 운영, 중소기업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 등의 정책들은 ‘적극 행정 우수사례’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달게 됐다. 이런 공무원들의 노력이었을까. 의령군은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지방자치단체 혁신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3년 연속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단 두 번 만에 자타공인 대한민국 대표축제의 가능성을 보인 의령부자축제 리치리치페스티벌의 성공 비결에도 새 신발과 이름표가 숨어있다. 경제적인 부를 넘어 행복하고, 건강하고, 사랑이 넘치는 ‘진짜 부자’의 의미를 사람에게 전파하고자 하는 ‘선한 마음’의 이 축제는 기존 축제와는 모양을 달리하는 새 신발을 신었으며, 솥바위 역시 단순 남강에 머리 내민 솥뚜껑 모양의 바위가 아닌 ‘부자 1번지’라는 이름표를 부여하면서 솥바위를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는’ 더욱 의미 있는 존재로 거듭나게 했다. 가죽을 벗기는 고통이라고 생각하는가. 절벽에서 누가 등을 떠민다고 생각하는가. 혁신도, 적극 행정도 생경한 말은 아니지만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다. ‘새 신발’을 신는 꿈은 어떤 환경에 처하더라도 안정된 생활을 하며 경제적으로도 넉넉해지게 될 것을 의미하는 길몽이라고 한다.

일본의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당시 라커룸에서 사용했던 ‘이름표’는 경매에서 무려 약 1억5000만 원에 낙찰받았다고 한다. 우리라고 못 할 일은 없다. 혁신의 새 신발을 신고, 적극 행정의 이름표를 붙이다 보면 의령군은 보다 좋은 날을 맞이하고, 군민들로부터 더욱 ‘귀한 대접’을 받을 날이 올 것이다. 저와 600여 명의 공무원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뿐이다. 문득 오십여 년 전 함께 놀던 국민학교 친구들이 생각난다. 분명 내 새 신발을 밟았을 테고, 내 이름표에 이름을 보고 별명을 붙여 낄낄댔을 것이다. 그때의 녀석들이 그립다. 오늘 전화라도 한 통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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