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12월의 서정(抒情)
[경일칼럼]12월의 서정(抒情)
  • 경남일보
  • 승인 2023.12.1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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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찾지 않으면 서운할 것 같아 다시 눈길 준 달력의 마지막 숫자 그 위에 우리는 없고 세월만 갈 준비하고 찬 바람만 휑하구나. 곽춘진의 시 ‘12월의 서정’의 한 구절이다. 월말이 되면 한 달이 하루보다 짧게 느끼게 되고 12월이 되면 일년이 한 달보다 짧게 느끼게 된다. 같은 세월의 흐름인데 월말과 12월에 느끼는 감정은 사뭇 다르게 느끼게 된다. 우리는 그럴 때 마다 벌써라는 단어를 소환하게 된다. 벌써 한달이, 벌써 일년이 지나갔다고 말을 하게 된다. 세월의 속도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데 우리 마음이 쫓기고 있기 때문이다. 1년중 12월에 유난히 느끼게 되는 감정이기도 하다. 특히 시니어의 삶은 더 그럴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월이 참 빠르게도 지나감을 실감하게 된다. 젊었을땐 시간이 빨리 지나가지 않아 답답해 하기도 했는데 시니어가 되니 1달, 1년이 눈 깜박할 사이 지나가는 것 같다고 밀을 하곤 한다. 마치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은 것처럼 처음에는 모래알이 너무 천천히 떨어져 언제 다 떨어지겠나 하고 답답해 하기도 했는데 모래가 얼마 남지않은 시점부터는 너무 빠르게 떨어진다고 느끼게 되는 것처럼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의 흐름의 속도는 달라지는 느낌이다. 사람은 왜 나이가 들어 갈수록 세월이 빨리 간다고 느낄까? 나이가 들면서 대뇌의 활동을 좌우하는 신경세포들 간의 전달 속도가 떨어져서 신체 리듬, 시간 지각, 주의 집중력 등 대부분의 심리적 기능이 느려진다. 그리고 이런 기능 저하가 오히려 외부 변화를 빠른 것으로 느끼게 만든다. 우리가 천천히 길을 걸을 때 정상적인 속도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반대로 빨리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는 것과 같다. 나이가 스무살에게는 1년은 20분의 1이고 70세에게는 70분의 1이 되어 1년을 더 짧게, 더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나이에 따른 시간의 속도는 굴러 떨어지는 무거운 공과 같이 가속도가 붙는 것과 같고, 돌아가는 원반 위에 어떤 점이 중심에서 멀어지면 속도가 빨라지는 것과도 같다고 했다. 이같이 사람들은 누구나 인생의 출발점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시간의 흐름은 더욱 빠르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각자의 인생은행에 각자의 시간이 얼마나 저축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저축된 시간이 계속 줄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중학교때 국어 선생님은 수업 시작 종이 울리면 ‘주희’가 지은 ‘우성’ 이라는 시를 낭송하면서 수업을 준비하라고 가르쳤다. 그때 국어 선생님의 가르침이 지금까지도 잊어버리지 않고 암송할 수 있게 했다. 소년이로학난성 일촌광음불가경 미각지당춘초몽 계전오엽이추성(小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經 未覺池糖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짧은 시간이라도 가벼이 여기지 마라 아직 연못가에 봄풀이 돋는 꿈에서 깨어나지도 못했는데 벌써 섬돌 앞 오동나무 잎에선 가을 소리를 듣는구나. 세월 앞에 장사 없듯이 세월은 유수(流水)같고 광음여전(光陰如箭)한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익숙한 삶의 패턴을 반복하려 한다. 옷도 기존에 입던 스타일을 구매하고 식당도 평소 가던 식당만 계속 가게 된다. 사람도 만나던 사람만 만나고 TV 프로그램도 주로 보는 것만 본다. 행동 반경이 좁아지고 라이프 스타일도 단순화 되는 경향이 있다. 변화를 싫어하고 현재의 생활 패턴에 안주하려 한다. 이제 나이 탓만 하지말고 욜드족이 한번 되어보자. 욜드(young old)족은 젊은 시니어를 뜻하는 신조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이전의 시니어와 달리 활기가 넘치고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기며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엑티브한 시니어가 되어보자.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만남 이다. 독일의 문학자 ‘한스 카롯사’는 인생은 너와 나의 만남이다. 라고 말했듯이 이 해가 가기전에 만나지 못했던 사람을 만나러 길을 떠나보자. 만나야 아름다운 추억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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