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장수하려면 끊임없이 일하라는 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장수하려면 끊임없이 일하라는 데…
  • 경남일보
  • 승인 2023.12.1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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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선종(禪宗)교단을 대표하는 승려 백장회해(百丈懷海)선사는 “하루를 일하지 않는다면 그날 하루는 먹지 말라(一日不作, 一日不食)”라고 일갈하였다. 성경에서는 “너는 흙으로 돌아가기까지 이마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얻어먹으리라(창세기 3장 19절)”라고 한 데 이어 “누구든 양식을 값없이 먹지 아니하고 오직 수고하고 애써 주야로 일함은 너희 아무에게도 누를 끼치지 아니하려 함이니(데살로니가 후서 3장 8절)”라고 기록한 다음,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데살로니가 후서 3장 10절)”고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하지 않고 밥만 축내는 무위도식(無爲徒食) 행위를 죄악시한다는 사실이다. 한편 우리나라 헌법 제32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일이라고 하면 땀을 생각하게 되고, 힘들고 고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행위로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면서도 일과 노동(근로)은 뉘앙스를 달리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이는 노동과 일은 비슷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이해하면서 단어 자체가 한자어냐 순수 우리말이냐의 차이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경영학적으로는 “능동적으로 하는 것은 ‘일’이고 수동적으로 하는 것은 ‘노동’이다”라고 구분하는가 하면, ‘일은 찾아서 하는 것이고, 노동은 시켜서 하는 것이다’라고 재미있게 풀이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은 노동이고, 그냥 뭔가를 하는 것은 일이다’라고 말하면서 ‘일은 뭔가를 하는 것으로 경제 활동에만 국한되지 아니하는 더 넓은 의미’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노동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해서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최근 들어서는 감정노동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을 들이는 행위’라고 풀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동은 경제학적 용어로 많이 쓰이는 편인데, 이때의 일은 돈을 벌거나 어떠한 경제적 목적, 예컨대 상품을 생산하거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 투입되는 인간의 행동으로 풀이된다. 요컨대, 노동은 경제적 활동으로써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해서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또는 정서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간략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사람이 기울이는 행동에 ‘시간 단위’를 적용하면 노동생산성의 개념이 도입되는 노동이 되고, 투입되는 시간에 개의치 않으면서 행위의 결과물(성과)을 중시한다면 일이 된다”는 것이다.

독일 관념철학의 기반을 확립한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행복의 필요조건으로, 내일(밝은 미래), 할 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꼽았다. 미래가 암담하거나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없는 고독한 사람이 행복하기가 어렵듯이 ‘할 일’이 없이 산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가치나 삶의 의미를 부여하기가 힘들기에 불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의사인 알렉산더 리프와 함께 진행한 코카서스의 압하지야, 빌카밤바, 훈자, 그리고 오키나와의 건강한 장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조사에서 발견한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자연이 주는 신선하고 소박한 음식을 먹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나이 드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긴다는 점이었다. 한편 볼티모어 장수 연구소 루이기 페루치 소장은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일을 그만두고 나면 비만이나 만성 질환에 걸리는 비율이 급상승 한다”고 말한다. 100세 이상 장수자의 비율이 높은 이탈리아 키안티 지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코 부유하지는 않으나, 일에서 퇴직한 뒤, 작은 농장에서 포도나 채소를 기르며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결코 일을 그만두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일을 하되, 적당히 하면서 쉬기와 놀기를 지혜롭게 잘 조화시키면서 이른바 LOHAS(Life 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즉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삶, 질 높은 삶을 누리는 것이 장수의 비결인 것이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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