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빗나간 사랑
[경일춘추]빗나간 사랑
  • 경남일보
  • 승인 2023.12.1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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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학부모교육 강사
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학부모교육 강사


요즈음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학교폭력과 부모 찬스로 곤욕을 치른다. 청문회가 두려워 장관 자리를 고사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란다.

조 나라의 맹장 조사는 임종 때 “아들 조괄은 육도삼략을 대충 읽고 자랑만 거창하게 하는 빈 깡통”이라며 절대 장군으로 중용하지 말 것을 왕에게 유서로 올린다. 조나라의 염파 때문에 전쟁에서 고전 중인 진나라는 “우리가 두려워하는 장군은 병법에 능통한 조괄” 이라며 유언비어를 퍼트린다. 반간계에 걸린 왕이 조괄을 등용하려 하자 조사부인은 조사 유언을 다시 전하나 결국 맹장 염파를 해임한다.

염파는 위나라서 격전을 치른 진군이 보급이 힘든 것을 간파, 지구전을 펼쳐 진나라를 매우 힘들게 했다. 이런 염파가 해임되자 후임으로 부임한 조괄은 병력이 우세한 것을 믿고 어리석게 산 위에 진을 펼쳐 포위 당한 후 46일 동안 굶주리다 서로 시체를 먹고 40만 대군이 생매장당하는 대참사를 벌인다. 전국시대 최고의 슬픈 전쟁, 바로 ‘장평대전’이다.

호조판서 김좌명은 똑똑한 하인 최 술을 서리로 임명하자 과부 어머니가 찾아와 직책을 바꾸어 이직시켜 달라 간청한다. 이유를 묻자 “서리가 되어 부잣집 사위가 되자 오만하고 뱅어국도 맛없다 투정한다며 내 아들은 이대로 두면 반드시 큰 죄인이 된다”고 간청한다. 말을 들은 김좌명은 감동해 즉시 조치하고 ‘일사 유사’의 기록에 남겨 다른 사람의 귀감이 되게 했다. 전직 법무장관 사태를 보니 불현듯 조사 부부와 그들 부부가 서로 대비된다. 자기 자식을 위하는 부모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을진데 어찌 이리 다른가! 조사 부부는 공복으로써 충(忠)을 우선으로 삼았고 전직 장관은 자식을 먼저 세웠다.

이 나라 최고의 법 수호자의 빗나간 사랑이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다니 참담하다.

“군자는 능력이 있으면 너그럽고 곧아서 다른 사람을 계발하고 인도하고, 능력이 없으면 공경하고 몸을 굽혀 다른 사람을 섬긴다. 소인은 능력이 있으면 오만하고 그릇된 일을 하면서 교만하게 굴고 능력이 없으면 질투하고 비방하며 사람들을 쓰러트리려 한다”는 순자의 글귀가 떠오른다. 자식 잘됐다고 현수막 붙이고 내 새끼 건드리면 선생도 폭행하는 세태다.

교무부장 성적 조작 등 잘못된 교육열이 나라에 독이 되고 제 몸 망치고 집안 말아먹는다. 명예회복은 국회의원 배지가 아니라 통절한 반성과 국민들의 용서다. 위정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역사는 지지율을 기록하지 않고 다만 공과(功過)를 기록할 뿐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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