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2023년을 보내며
[경일시론]2023년을 보내며
  • 경남일보
  • 승인 2023.12.12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영효 논설위원
정영효 논설위원


작년 이맘 때다. ‘2023년은 누구의, 누구를 위한 한 해’가 될 것인지 질문을 던졌다. ‘부정하고 싶지만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기득권층만을 위한 2023년이 될 것 같다’고 예견했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실낱같지만 ‘2023년 삶이 2022년 보다는 더 나빠지지는 않고,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감을 가져보자고도 했었다.

그리고 어느듯 2023년 한 해가 저물었다. 한 해의 끄트머리에 ‘2023년은 누구를 위한 한 해’가 되었는가를 질문해 본다. 불행하게도 작년 이맘때 했던 예견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기득권층만을 위한 2023년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것도 기득권 정점에 있는 사람들(오버독)을 위한 한 해가 되었던 것이다. ‘삶이 조금 나아질 것’이라는 실낱같았던 희망과 기대감도 헛된 꿈에 불과했다. 2022년 보다 국가 안보와 정치적 불안 상황이 더 심화됐고, 경제적 삶은 더 팍팍해졌으며, 사회적 안전망은 더 붕괴돼 국가적으로 혼란이 더 격화되었던 탓에 서민만 더 힘들었던 한 해였다.

오버독(특권층)들은 권력 유지 및 강화에만 혈안이었고, 사욕을 챙기는데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거짓말에 망언, 막말은 예사였고, 편법·불법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민 비하와 무시는 예사였고, 심지어 조롱까지 했다. 그럼에도 ‘이게 뭐가 문제냐’하며 당당했다. 또 ‘끼리끼리 논다’고 이를 두둔하고 옹호하는 무개념 오버독과 패거리들도 판을 쳤다. 뻔뻔한 오버독들의 민낮을 적나라하게 알게 된 한 해였다. 이런 탓에 언더독(약자층)들은 분노와 절망, 좌절, 고통 속에서 더 힘든 삶을 보냈다.

남북 간에 적대 관계가 작년 보다 더 악화됐다. 연방 전쟁이 터질 것 같이 일촉즉발이다. 무력 충돌의 위험이 더 커졌다. 남북 간에는 적개심이 더 깊어졌고, 전쟁 불사까지 외치는 남북 관계가 위태위태했다. 전쟁 불안감이 더 높아진 2023년 한반도 안보는 한 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캄캄했던 해였다. 그리고 2023년 정치는 역대 최악이었다. ‘정치인이 모든 약속을 지켜야 하나?’, ‘국민은 국회 의석수 산식 알 필요 없다. 표만 찍으면 된다’, ‘암컷이 설친다’는 둥 국민을 무시하고, 조롱을 예사로 했다. 그래도 이전의 정치인들은 이러한 막말이 나왔을 때 곧바로 사과와 반성을 하며 자숙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인들은 사과와 반성을 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 당당했고, 오만했으며, 불손하기까지 했다. 최소한의 양심 마저도 없었다. 게다가 정당은 우두머리 한사람과 조직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집단으로, 집단 이익과 사익만 추구하는 집단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경제 역시 최악이었다. 경제성장율은 1%대로 추락했다. 고금리 탓에 빚을 내 빚과 이자를 갚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고물가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국민들은 삶이 너무 힘들다 보니 출산을 포기했다. 그 결과 출산율은 더 낮아졌다. 사회적으로 불안감도 더 컷던 한 해였다. 2023년에는 차마 입에 올릴 수도 없는 흉폭한 범죄가 잇따라 발생, 충격과 공포 속에서 한 해를 보냈다. 묻지마 범죄에, 자녀가 부모를, 부모가 자녀를 죽이고, 상해를 입히는 직계존비속 범죄까지도 더 빈번하게 일어났던 2023년이었다.

서민들에게 분노와 좌절, 절망, 고통만을 주었던 2023년은 이제 저물고 있다. 그리고 ‘삶이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하는 2024년이 다가오고 있다. 못된 짓만 하는 오만·불손한 정치인들을 몰아내고, 경제적 위기를 이겨내고, 안전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더 똑똑해지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2024년은 ‘서민의, 서민을 위한 한 해’가 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