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 (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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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3.12.1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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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지리산 중산리에서 열린 천상병문학제를 돌아보다(4)
소강석 시인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샘터, 23.12.4)를 필자에게 부쳐 보냈다. 신간시집의 잉크냄새를 풍기며 곤색 표지 앞면이 새댁처럼 단정하고 뒷표지 표4는 정호승 시인의 문장을 달았다. “소강석 목사님의 시에는 예수님의 온화한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가 인생의 길을 걸어가다가 절망과 고통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어서 일어나거라’ 하고 어디선가 들리던 예수님의 그 다정한 목소리가 들린다. 비유와 은유의 말씀을 들려주시는 예수님은 시인이시고 소강석 목사님은 시인 예수의 제자이시다.”

표4는 뒷표지에 시집의 총체적 모습을 드러내며 소개하는 글인데 예수님 목소리를 과감히 모시고 와 그 제자의 시를 풀어주고 있다.

필자는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KBS 다큐멘타리 제작과 음악제 참석차 새에덴교회에 들러 소목사님의 설교말씀을 들은 이래 그 설교에 젖어 자주 유튜브 설교를 듣고 감동을 문자로 적어 보내기도 했다. “목사님, 시는 쓰시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시가 아니고도 시보다 더 편편 감동적인 설교를 하시니 감동의 물결이 범람할까 걱정입니다.”하고 적었다. 그때마다 필자는 콤플렉스를 느꼈다. 시창작 교실에 30명을 몰아놓고 갖은 기교와 지식과 비유로 감동 창출에 매진하고도 그 결실이 시원찮은데 대형교회 목사님은 4만 5만의 매시간대 신자들을 불러들여 명설교로 깜부기 없는 교회를 운영하는 것 아닌가.

제번하고, 이번 시집 「시인의 말」은 시작부터 ‘사랑’의 메시지를 끌고 나간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사랑을 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시인입니다.” 사랑은 삶의 필수항이고 사랑으로 시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시 곧 사랑’이라는 이야기다. 달리 말하여 사랑으로 시를 쓰자는 것이고 그것이 옳다는 말이다.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시에는 사랑이 있고 그에 반하는 주제도 있고, 무의식도 있고 초현실도 있다.

‘사랑을 주제로 시쓰기’는 시인의 밝고 아름다운 정신 세계를 드러내므로 4계절 사랑이 물든 길을 걷는다는 것이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소나기가 내리고, 낙엽이 지고, 폭설이 내리는 서로 다른 계절이지만 다 ‘너라는 사랑’이 아로새겨진다. 이 길에 난해가 있을 수 없고 무의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 줄 한 줄 사람과 자연이 있고 하나님을 향한 고백의 언어가 있다. 이 시집에 표현된 소강석 시인의 시가 가지는 시론이다. 이는 성서에 집약된 사랑의 깊이와 그 표현과 비유와 사례들을 떠올리지만 그 본질은 한국 전통서정시의 능선에 닿고 있다.

그의 시편들을 읽는 즉시 김소월의 ‘산유화’나 서정주의 ‘질마재’나 박목월의 ‘강나루’에 도달하는 진경을 보인다. 필자는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소시인은 이번 시집 초두에 ‘봄’시리즈 9편을 내놓는다.

“꽃 피었다/ 꽃 진다// 이별은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랑해 보지 않는 사람은/ 이별을 모른다// 꽃 지고/ 다시 꽃 핀다// 사랑은 이별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이별해 보지 않는 사람은/ 사랑을 모른다// 사랑이 무언지 알 것 같은 봄이다.”(「봄2」)

우리는 이 시의 서정에 이미 낯익어 있다. 김소월의 국민시 「산유화」가 그것인데 소월은 서정을 읊되 현상을 바라보고 소 시인은 서정을 읊되 해독(解讀)하는 자세로 있다. 이것이 우리의 근대와 현대의 거리감일 터이다. 「봄3」에서 시는 월장하는 봄의 섭리를 말하고 있다. “봄이/ 대문을 지키는 사람도 없는데/ 담을 넘어온다// 방문을 잠그지도 않았는데/ 빠끔히 열린 창문틈을 밀고 들어온다” 봄의 움직임이 마치 동화의 한 토막을 실현하는 상상이다. 굴뚝으로 산타할아버지가 다녀가시는 듯한 경계의 해소요 다 아는 상상이다. 갈 때는 ‘봄이 도망을 간다’는 것이 시적 해학이다.

「봄4」에서는 “별이 피아노를 치고/ 달이 하모니카를 불고/ 꽃이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봄밤”으로 발전한다. 신선한 발상이다. 서정시이지만 근대의 서정시가 아니라 K팝 시기의 서정이요 전통이다. “손바닥으로 땅바닥에 쓴 시가/ 꽃으로 피어날 줄 몰랐다”는 대목이 잠자던 성서속 예수님의 출현이다. 그 대목에 유사한 구절이 떠오르는 독자는 이미 입술이 미동하며 미소의 포즈를 잡으리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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