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 시에세이집 ‘당신에게 도착하지 못한 말’
강재남 시에세이집 ‘당신에게 도착하지 못한 말’
  • 백지영
  • 승인 2023.12.1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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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 연재 ‘포엠산책’ 묶어내, 다정한 문체의 시 에세이 59편

특유의 다정한 문체로 경남일보 독자들을 만나온 강재남 시인이 본보 연재 ‘강재남의 포엠산책’을 모아 첫 에세이집 ‘당신에게 도착하지 못한 말’을 펴냈다.  

4년째 격주 월요일이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어떤 날은 추억에 헤엄치고, 때로는 새로운 깨달음으로 인도했던 시에세이 59편을 묶었다.

‘당신에게 도착하지 못한 말’은 시인의 특유의 따뜻함과 섬세함을 담아 한층 깊어진 사유를 만날 수 있는 에세이집이다. 1부 ‘누군가 대신 울어준다는 건 근사하지만 부끄러운 일이야’ 등 총 4개의 부에 각 15편 가량의 시인들 시를 싣고, 시마다 강 시인의 단평을 담아냈다.

눈에 띄는 점은 각 부의 제목이다. 1부를 비롯해 △2부 그네를 탔다 밀어주는 사람이 없어 허공에 발질을 했다 △3부 따뜻한 눈이 내리는 것인지 나비가 내리는 것인지 삼킬수록 투명해지는 잎이 날리고 있어 △4부 혼자 빛나는 것이 외로울까 그 곁을 맴도는 별들이 쓸쓸할까 등 길이부터 남다르다.

지난 2020년 25살의 나이로 요절한 첫째 딸, 김희준 시인의 유고 산문집 ‘행성표류기’에서 빌려온 표현들이다.

‘기별을 보내도 기별을 보내도 감감한 희준에게 무소식을 무소식이라 여길 테니 너는 너의 일을 하라는 말을 놓는다. 그리고 나는 최선을 다해 웃어보면서 나비가 되어야겠다. 해바라기가 되어야겠다. 따뜻한 첫눈이 되어야겠다.’

시인은 책 머리 ‘시인의 말’을 통해 좋은 시를 빌려준 시인들에 대한 감사함과 함께 자신의 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난 딸에 대한 그리움을 전한다.

제목 ‘당신에게 도착하지 못한 말’ 역시 딸에 대한 애정이 묻어있다. 강 시인은 “제목의 ‘당신’은 여러 의미가 내포돼 있다”며 “책 속에 실린 당신들, 책을 읽을 독자들 그리고 희준이까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책은 그 표지만으로도 유독 눈길이 간다. 최근 지역 문단에서 낸 어느 책들과 비교해도 감각적인 디자인 때문일까, 그 내용을 몰라도 일단 집어 들고 훌훌 넘겨 보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창문 옆, 눈을 감은 채 자신을 감싸고 있는 꽃향기를 음미하는 듯한 여성의 일러스트. 김희준 시인의 동생인 둘째 딸 김민준 씨 작품이다.

“한 달 넘게 표지 디자인을 고민하던 중 문득 희준이가 꽃밭에서 찍은 사진이 떠오르더라고요. 둘째가 미술 전공은 아니지만 평소 디자인에 관심이 많거든요. 꽃밭 사진을 콜라보해 표지를 만들고 싶다고 했더니 3달 가까이 한 땀 한 땀 그려서 완성시키더군요.”

표지 전면에 딸의 얼굴이 들어간 만큼 이번 에세이집은 강 시인에게 각별하다. 다른 책을 낼 때는 작가가 상당량 직접 구매해 주변에 선물하기도 했지만, 이 에세이집만큼은 그의 에세이와 딸을 좋아했던 이들이 직접 찾아 소중하게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에 삼가고 있다.

출간 시기를 연말로 맞춘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울다가 웃다가 멍하니 있다가 골목 어귀쯤에서 마음 따뜻하게 해주는 이 책이 포근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여겨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사실 시에세이집은 처음 경남일보에 ‘포엠산책’을 연재할 당시만 해도 계획돼 있지 않았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시를 한 편 한 편 골라 단평을 써 내려갔는데, 이를 열독하던 주변에서 먼저 출간을 권했다.

강 시인은 “주변 분들께서 고르는 시들이 좋고, 시와 함께 산책하는 느낌이 다정하고 좋다며 책으로 낼 것을 많이들 권하셔서 용기를 냈다”고 설명했다.

책 속 대부분의 원고는 경남일보 연재 원고를 그대로 실었지만, 일부는 퇴고 과정에서 문체를 변경하는 등 변화를 줬다. 4년이 넘는 연재 기간 그의 문체는 ‘하십시오체’에서 ‘해요체’로 바뀌는데, 책에서는 시인 특유의 다정함을 물씬 풍기는 ‘해요체’로 통일했다.

시인은 첫 에세이집 ‘당신에게 도착하지 못한 말’에 담아내지 못한 원고들을 2024년 차기 에세이집으로 엮어낼 계획이다. 달을쏘다. 140쪽. 1만원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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