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문화예술 지원 예산이 크게 줄어들어 걱정이 많았는데…. 진주같은영화제 ‘단편영화 제작 지원사업’을 보며 ‘이런 분도 남아 있구나’하며 다들 희망을 봤습니다.”
스무 살부터 4년간 품어온 시나리오가 진주같은영화제 ‘단편영화 제작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단편영화 ‘평행선’을 선보이게 된 정은수(24) 감독의 말이다.
정 감독은 진주 출생으로 현재 숭실대학교에서 영화예술전공 4학년 과정을 밟고 있다. 공모 심사 과정에서 지원자 출신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지만, 최종 선정작을 뽑고 보니 공교롭게도 감독의 고향이 진주였다.
정 감독은 “대학 선배·동기들이 ‘진주에서 공모전 하던데 관심 있으면 해보라’고 추천해줬다”며 “학기 중이라 병행 가능할지 고민되기도 했지만,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학 신입생 때부터 써온 작품이 첫 공모전 도전에 덜컥 당선되면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만든 작품이지만, 사실 그 길이 아주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10개 작품을 선정하는 1차 서류 심사 결과 ‘평행선’은 10개 작품이 아닌 예비 2순위에 들었으나, 앞순위 당선자들이 포기하면서 2차 시나리오 피칭 도전 기회를 거머쥐었다. 벼랑 끝에서 도전한 2차 시나리오 피칭에서 정 감독은 인상적인 발표와 실현 가능성 높은 제작 계획을 제시하면서 최종 선정작에 올랐다.
정 감독이 대학 워크숍에서 다른 이의 시나리오로 작품을 연출한 적은 있지만. 자신의 시나리오를 연출가지 맡은 경험은 ‘평행선’이 처음인 만큼 사실상의 입봉작이나 마찬가지다.
‘평행선’은 한부모 가정 고등학생 지흔과 현민의 팽팽한 관계 설정을 바탕으로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세밀한 감정선으로 담아낸 이야기다. 집 내부 장면은 서울에서 촬영했지만 학교 씬은 정 감독의 모교인 삼현여중에서, 아파트 씬은 진주 신안동 한 복도식 아파트에서 촬영됐다.
정 감독을 비롯해 PD, 촬영감독, 미술감독, 조감독 등 주요 제작진이 매주 진주로 내려와 어느 장소가 좋을지 고민한 결과 학교는 공교롭게도 그의 모교가 낙점됐다.
그는 “학교가 흔쾌히 장소 제공에 협조해 줘 찍게 됐다. 교문 쪽 길목이 예뻐서 모두 만족하며 촬영했다”며 “모교다 보니 당시 제 습관들을 자연스레 극중 인물에 녹여내게 되고, 어떻게 찍으면 더 예쁠지 알고 있어 효과적으로 찍을 수 있었다”고 했다.
사실 이번 공모에는 정 감독뿐만 아니라 같은 학교 여러 학생들이 지원했다. 예전 진주같은영화제에서도 같은 대학 학생들의 작품이 여러 차례 상영된 바 있다. 서울지역 예술대 학생들이 멀디먼 진주의 영화 제작 공모에 도전한 것은 그만큼 막 영화의 길에 들어서는 청년 창작자들에게 기회가 많지 않다는 현실을 방증한다.
정 감독은 “정부의 예술인 대상 지원금이 대폭 줄면서 주변에서 한참 서명 운동을 하는 상황에서 이번 공모는 청년 예술인들에게 아주 파격적이었다”며 “소중한 기회인 만큼 시사회를 잘 마치고 이후 영화제에도 출품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편 ‘평행선’ 등을 볼 수 있는 미디어센터내일 12월 상영회는 오는 20일 오후 7시부터 진주 가좌동 롯데시네마 엠비씨네진주 3관에서 열린다. 누구나 예약 주소(bit.ly/미디어센터내일12월상영회)를 통해 무료로 예매한 뒤 감상할 수 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단편영화 ‘평행선’ 슬레이트. 사진=미디어센터내일 단편영화 ‘평행선’ 제작진이 진주 상평동 삼현여중에서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센터내일 단편영화 ‘평행선’ 제작진이 진주 상평동 삼현여중에서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센터내일 진주 상평동 삼현여중 단편영화 ‘평행선’ 촬영 현장. 사진=미디어센터내일 강두현 비디오팩토리 대표(좌측)와 정은수 단편영화 ‘평행선’ 감독. 정은수 단편영화 ‘평행선’ 감독. 정은수 단편영화 ‘평행선’ 감독. 정은수 단편영화 ‘평행선’ 감독. 정은수 단편영화 ‘평행선’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