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지원' 나선 비디오팩토리, 지역 영화계 '단비'
'영화 제작지원' 나선 비디오팩토리, 지역 영화계 '단비'
  • 백지영
  • 승인 2023.12.17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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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센터내일과 손잡고 단편영화 공모
“공공 지원금 없어도 자생 시스템 필요”
오는 20일 진주에서는 특별한 영화 상영회가 개최된다. 올해 경남에서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독립 영화 두 편을 관객에게 처음 선보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1부에서는 18분 분량의 단편 영화 ‘평행선’(정은수 감독), 2부에서는 10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영화 ‘삼대’(장가영 감독)가 각각 상영된다. 각 작품 상영 후에는 감독과의 대화의 자리도 마련돼 있다.

미디어센터내일이 준비한 이번 상영회에 선보이는 두 작품은 스타 감독과 대형 자본을 등에 업은 굵직한 대작들과 여러모로 다르다. 지역에서 영화인의 꿈을 키운 청년 감독들이 지역의 뒷받침 끝에 세상에 내보이게 된 의미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평행선’은 진주같은영화제 제1회 ‘단편영화 제작지원사업’으로 제작된 단편 영화로, 대학 졸업을 앞둔 신진 감독의 사실상 입봉작이다.

‘삼대’는 그간 단편 영화만 만들어왔던 도내 청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진행된 2023 경남영화학교 ‘다큐멘터리 필름메이킹’ 수료작이다.

눈에 띄는 점은 ‘평행선’을 탄생시킨 진주같은영화제 ‘제1회 단편영화 제작지원사업’이 민간 기업 후원만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자본난에 시달리는 지역 독립 영화 상당수가 문화예술 관련 공공 기관 등의 지원이 없다면 작품화 문턱조차 넘기 힘든 현실을 고려하면 흔치 않은 사례다.

지자체에 손 벌리지 않고, 민간 기업 후원만으로 진행된 이 독특한 지원 사업은 지난 5월 진주지역 민간기업인 비디오팩토리 강두현 대표가 미디어센터내일의 문을 두드리면서 시작됐다.

‘비디오팩토리’는 2020년 1인 기업으로 시작해 현재 직원 여럿을 둔 기업으로 성장한 영상 제작업체로, 광고나 홍보 영상 등을 주로 만든다.

“평소 영화를 좋아해 과거 같은 건물에 입주했던 미디어센터내일을 눈여겨보고 있었어요. 서로 특별한 교류는 없었지만, 영화 제작 지원 공모 후원을 결심하고 나니 미디어센터 내일이 떠올랐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전까지는 서로 존재 정도만 알고 지내던 미디어센터내일과 비디오팩토리는 손을 맞잡고 영화 제작 공모에 나섰다.

2005년부터 이어온 진주같은영화제 한 부분으로 올해 제작지원사업을 신설하고, 공모에 선정된 단편 영화 1편에 제작비 1000만원과 촬영 장비와 인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단 경남에서 전체 촬영 분량의 50% 이상을 촬영하는 조건을 달았다.

창립 4년 차 회사를 꾸려나가는 것만으로도 분주한 강 대표를 움직이게 만든 것은 안타까운 지역 문화예술 지원 현주소였다.

강 대표는 “지역에 미디어와 관련해 청년을 위해서 뭔가를 하겠다는 단체가 참 많다”며 “그런데 막상 몇 년 지나서 살펴보면 못 찾겠다. 가입을 어떻게 하는 지도, 무슨 활동을 하는지도 모르겠더라”고 토로했다.

청년 지원 단체를 꾸리려는 이들에게 공공 기금이 없어도 기업 지원을 통해 자생적으로 굴러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어떻겠냐고 방향을 제시하고 싶었다.

그는 “대부분 단체가 공공 지원금으로 굴러가는 것으로 안다. 재원이 없는 상태로 지원 수혜 여부도 알지 못한 채 시작한 것”이라며 “지원금이 없다고 활동을 안 한다면 그 모임은 처음부터 지속이 불가능한 모임이다”고 꼬집었다.

영화계 종사자는 아니지만 영상 관련업을 하는 만큼 자연스레 영화 제작 지원으로 방향이 좁혀졌다. 적지 않은 영상 촬영 감독이나 편집자 등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영화인 만큼, 영화를 만드는 현장 경험과 과정 등을 지역 사회와 공유하고 싶었다.

실제 이번 ‘평행선’ 촬영 때는 보통 지역에서 한 자릿수의 인원이 투입되는 광고 제작 일을 맡았던 비디오팩토리 직원들이 보조 인력으로 나섰는데, 평소와는 다른 ‘큰 현장’이 자극이 됐다.

천동주 비디오팩토리 제작실장은 “새로운 작업에 대한 목마름이 많이 해소됐다. 말로만 듣던 기술을 해보고,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은 것도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며 “영화가 아니면 30명 정도가 협업할 일이 잘 없는 만큼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했다.

영화 제작 지원에 나선 뒤 강 대표 주변에는 ‘뭐 하는 사람인데 이런 거 만들어서 땅에 돈 버리냐’는 식의 질문을 해오는 이들이 많아졌다.

강 대표는 “아주 큰 돈이 아닌 데도 관심을 주는 건 지금껏 이런 행보에 나선 사기업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 정도는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있도록, 지역 기업들이 창작 생태계 조성에 발 벗고 나서주면 좋겠다. 저 역시 지원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단편영화 ‘평행선’ 슬레이트. 사진=미디어센터내일
단편영화 ‘평행선’ 제작진이 진주 상평동 삼현여중에서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센터내일
단편영화 ‘평행선’ 제작진이 진주 상평동 삼현여중에서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센터내일
진주 상평동 삼현여중 단편영화 ‘평행선’ 촬영 현장. 사진=미디어센터내일
강두현 비디오팩토리 대표.
강두현 비디오팩토리 대표(좌측)와 정은수 단편영화 ‘평행선’ 감독.
강두현 비디오팩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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