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틀린 것이 아니다
[경일춘추]틀린 것이 아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12.18 15: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인경 진주교대 교수
 
권인경 진주교대 교수


골드문트:무엇이든 마음으로 그리지 않고도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나르치스: 사람은 심상을 가지지 않아도 생각할 수 있어. 사색은 상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거든. 사색은 형상에서가 아니라 개념과 공식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네. 자네에게는 세계가 영상에 의해 생겼고 내게는 개념에 의해 생겼다는 말일세. 나르치스: 사색가가 우리들의 이성과 그 이성의 도구인 논리학이 불완전한 기계라는 사실을 알고 있듯 현명한 예술가라면 그의 화필이나 끌이 천사나 성인의 그 빛나는 본질을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럼에도 예술가나 사색가는 각기 그 나름의 방법으로 시도를 하는 걸세.

인생 책 중의 하나인 ‘지와 사랑’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있다. 이 책에서 나르치스는 이성과 지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골드문트는 감성과 사랑을 대표하는 인물로 각각 등장하며 끊임없이 대화를 해나간다.

수도원에서 사색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는 나르치스와 무수한 방랑을 통해 처절한 고통과 열락(悅樂)을 동시에 맛보며 삶의 한복판에서 진리를 탐구하는 골드문트. 이 둘은 다른 듯 하면서도 결국 같은 것을 추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진(晉)의 왕강거의 반초은시(反招隱詩)에는 소은(小隱)과 대은(大隱)이라는 말이 나온다. 소은은 소위 수도자 같은 삶으로 세상과 연을 끊고 산속이나 수도원 등에 들어가 깨달음을 얻고자 은거하는 것이라면 대은은 저잣거리, 지극한 현실 세상 안에 살면서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그 어떤 것이 더 나은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라 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세상과의 소통을 차단하고 조용히 은거하며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혼잡한 세상 안에서의 치열한 삶 속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어느 것이 정답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사람들의 태도들을 무수히 경험한다. 어떠한 사안 하나를 놓고도 서로 다르게 생각하며 대립하기도 한다. 그래서 정치에서 당이 갈리고 일반 사회 안에서도 서로 반목이 발생하게 된다. 심지어 아주 어린 아이들 조차도 나의 편, 너의 편을 갈라 대립한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떤 것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인 것이지 내가 옳고 너는 그르다고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결국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대립할 수 있지만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며 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최대한 상대의 언어를 듣고 이해하려해보면서 틈새를 메우고 아귀를 맞춰가야 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