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키신저 전 美 국무장관의 외교정책 특징들
[기고]키신저 전 美 국무장관의 외교정책 특징들
  • 경남일보
  • 승인 2023.12.18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만 전 한국유럽학회장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현대 외교정책의 교과서를 저술했다고 평가 받을 만한 최고의 외교정책 수립가이자 학자이었다. 그는 현대 외교사의 금자탑을 쌓았다는 평을 해도 좋을 것이다. 그는 동서 간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조정관 역할도 서슴지 않았다.

키신저 박사는 국제정치와 그 환경에 대해 국가적 구조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그러한 시각에서도 국가적 구조가 합리적으로 안정되어 있을 때는 국가적 결속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외교정책을 사용할 유혹을 덜 받기 때문에 국제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지만 국내적 구조가 정의의 개념과 국제법질서 파괴 등과 근본적으로 차이를 보일 때는 국제관계는 원만하게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래서 국제관계의 찬반에 대한 논쟁이 가열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경우에 국내적 구조는 이해와 협력에 대해 장애물이 되는 한편 여전히 국제관계에 대한 상수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키신저가 미 국무장관으로 재직한 지난 10여 년 동안 무엇을 핵심적 사항으로 삼았는가. 그는 미국의 국익을 증대하는 가운데 잊지 않았던 점은 국제평화와 안정이었다. 그래서 그는 죽의 장막에 쌓여 고립해 공산주의를 교조적으로 건설하고 있었던 마우쩌둥 중국의 문을 열개 만들었다. 중국을 미국의 파트너로 변화시켜 구 소련을 억제하고, 그 힘으로 세계평화와 안정을 달성했다. 그것이 바로 세력균형의 원리다. 그는 세력균형이 대탕트를 가능케 했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미중 관계의 화해를 이룩했고, 세계평화와 안정에 공헌했다고 당당히 말했다.

그의 외교정책 결정과정을 볼 때 국내적 구조가 긍정적 목표를 정립시키는데 결정적 요소가 되었고 지적했다. 케네디 행정부로부터 이어 받은 월남전에 개입한 것도 실질적으로 국내적 구조란 프래임에서 가능했다. 비록 월전에서 반의 성공과 반의 실패를 경험했지만 동남아 평화와 안정을 달성했다. 궁극적으로 그 지역에 번영의 환경을 조성했다. 그는 구 소련이 동유럽을 필요로 했던 것이 미국이 서유럽을 필요로 했던 것처럼 세력균형과 지정학적 원리에 근거한 것이다.

외교사적으로 볼 때 나폴레옹은 유럽의 많은 군주들이 평화를 제의했고, 협력을 요구했지만 전 유럽에 걸쳐 세력을 확장했다. 19세기 프랑스의 국내적 구조가 일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나폴레옹 체제 이후 구체제를 복원하고 장기적 평화를 가능케 한 것도 국내적 구조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이다. 즉 힘에 대한 과도한 추구가 나폴레옹 제국을 조기 몰락으로 몰아갔다. 이러한 전쟁사를 잘 터득한 키신저는 나폴레옹식 힘의 추구자가 되기보다는 메테르니히식 힘의 추구자가 되려고 했던 것 같다.

국내적 구조를 강조하면서도 그는 적절한 힘의 균현을 강조한 외교정책 수립가이었다.

국제평화와 안정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전략무기제한협정(SALT)과 탄도요격미사일제한조약(ABM)을 체결한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한 나라의 과도한 힘의 보유는 국제평화와 안정을 저해한다는 견해를 굳게 견지하고 있었다. 이 같은 시각에서 그는 케네디 행정부 시절의 대량보복전략이 국제평화와 안정을 달성하는데 의문을 제기한 적도 있었다. 결국 그가 열심히 추구했던 국제평화와 안정은 미국의 국익을 도모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평화와 국제평화를 위해 때로는 이상주의적 접근을 때로는 현실주의적 접근을 과감하게 넘나들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