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트스페이스 링크, 김예림 개인전
부산 아트스페이스 링크, 김예림 개인전
  • 백지영
  • 승인 2023.12.18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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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27일까지 ‘동시다발적 그리움이 나에게’ 개최
부산 아트스페이스 링크는 오는 1월 27일까지 김예림 개인전 ‘동시다발적 그리움이 나에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두 번에 걸쳐 경남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 작가 김예림의 신작 20여 점을 소개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먼저 첫 전시에서는 필름 사진을 수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작가의 회화 9점을 선보이고 있다. 1월부터 열리는 2번째 전시에서는 그의 또 다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김예림은 기억을 모으는 작가다. 1980~1990년대 촬영·인화된 필름 사진을 수집하며 무수히 흘러가는 시간과 그 안에 촘촘히 새겨진 이야기들을 모은다. 아날로그 사진기가 ‘찰칵’하고 내는 기계 소리와 함께 포착되는 모든 현재의 순간들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종이 한 장 위에서 이미 지나간 과거로 기록된다. 작가는 우연히 발견한 사진을 통해 조우한 어떤 과거의 순간들을 작품으로 재생산해 낸다.

작가는 필름 사진 속 누군가의 널브러진 세간살이들 사이에서 오늘날 SNS상의 사진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어떤 정겨움을 발견한다. 어떤 이의 가족 사진에서 인간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죽음으로 치닫는 시간의 흐름을 돌아본다.

이렇게 지나간 과거와 지나가는 현재의 순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바로 그가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됐다. 작가는 ‘노스탤지어(향수)’를 언급하며 자신이 보다 강한 애착을 가지는 대상이 모두 상실된 것임을 암시한다.

누군가가 촬영한 사진 한 장 속에, 김예림이 그려낸 회화 한 점 안에 들어있는 다른 누군가의 삶의 모습은 내 것이기도 또 당신의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작가가 붓과 물감으로 다시금 재현해 낸 그 시절의 이미지에는 우리 모두의 동시다발적인 그리움이 가득 배어있다. 그것은 ‘같은 시간에 일어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삶에 ‘필연적으로 잇따르는’ 것이기에,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동시다발적인 것이다.

어느 누군가가 포착하고, 작가가 발견한 한 일상의 장면은 지나간 날들을 다시금 붙잡고 기억하는 작가를 통해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작은 역사가 된다.

김예림이 수집하고 모으는 작고 이름 없는 것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사료가 아니라 집이라는 공간에 머물렀던 수많은 이들의 이미 지나온, 사라진 또 이 순간에도 소멸해 가는 것들을 바로 지금, 여기로 불러들이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김예림 ‘그렇지만 저의 엄마 아빠는 아니구요 가운데는 저에요’. 사진=아트스페이스 링크
김예림 ‘어린이는 영원’. 사진=아트스페이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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