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미국에서 일고 있는 김밥 열풍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미국에서 일고 있는 김밥 열풍
  • 경남일보
  • 승인 2023.12.1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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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은 김 위에 밥을 펴놓고 시금치, 계란, 단무지, 오이, 우엉, 햄, 소고기, 참치, 멸치 등 여러 가지 재료로 소를 넣어 돌돌 말아 싼 음식이다. 오늘날의 김밥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부터 전해진 김초밥(노리마기스시)이 우리나라 방식으로 토착화된 음식으로, 김에 밥을 싸서 먹는 형태, 김 부스러기를 밥에 섞어 성형한 주먹밥 형태, 식초 물로 간을 한 밥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말아서 둥글게 만든 형태 등이 있었다. 1950~1960년대를 거치며 김밥이 대중화되었고, 쇠고기와 표고조림, 달걀부침, 시금치나물, 단무지, 당근볶음 등이 소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에 육가공기술이 발전하면서 햄이 추가되었으며, 1990년대 이후 김밥 전문점이 생겨나며 야채김밥, 당근김밥, 김치김밥, 소고기김밥, 땡초김밥, 돈가스김밥, 치즈김밥, 키토김밥 등 다양한 김밥이 소비되고 있다. 이상의 김밥에 관한 설명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기술된 내용이다. 위의 설명에서 김밥의 기원에 관해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부터 전해진 김초밥이 우리나라 방식으로 토착화된 음식’이라고 단정 짓고 있다.

그런데 이미 ‘삼국유사(1281)’에 김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본초강목(1596)’에도 신라인들이 허리에 새끼줄을 묶고 깊은 바다에서 김을 채취했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조에 들어서는 김은 해의(海衣), 해태(海苔), 해채(海菜), 자채(紫菜) 등으로 불리며,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여지도서(輿地圖書)’, ‘대동지지(大東地志)’ 등에 경상도와 전라도 주요 해안지역, 강원도와 충청도 일부 지역의 토산품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와같이 김에 대한 기록은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경상도지리지(1425)’와 ‘동국여지승람(1530)’에는 전라남도 광양군 태인도의 토산품으로 기록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 해안이 김 재배에 훨씬 좋은 조건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인들이 한국에 와서 즐겨 사 가는 것이 질 좋고 맛도 좋은 한국 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김을 먹은 시점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늦다. 오후사쯔요시(午後さよし)박사의 ‘바다 채소’라는 책에 따르면 일본은 18세기 초중반부터 김을 먹었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우리가 김을 훨씬 더 일찍 먹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그렇다고 김밥 또한 우리가 앞서서 먹기 시작했다는 주장은 근거는 분명치 않다. 그런데 김이 이처럼 일찍부터 존재한 가운데 우리에게는 고유의 쌈 문화가 있었으니, ‘복을 싸서 먹는다’라는 의미의 복쌈(福裏) 풍습으로, 정월대보름에 복과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로 먹는 별식이었다. ‘열양세시기(1819)’와 ‘동국세시기(1849)’에 의하면 배춧잎이나 김에 밥을 싸 먹는 음식이 ‘복과’, ‘박점’, ‘복쌈’이라는 음식으로 존재했다는 것이다.

아무튼 김밥의 기원에 대한 논란은 쉽게 마무리되기는 쉽잖아 보인다. 하지만 기원이 명확하더라도 과거보다는 현재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그 기원이 이탈리아인 피자도 오늘날 세계적으로 더 보편화 된 것은 미국식 피자이고, 프랑스 음식문화의 기원도 이탈리아 피렌체 공국의 공주인 카트린느 드 메디치로 말미암은 것이지만 프랑스 요리는 오늘날 세계 최고의 품위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9월 7일(현지시간) 미국 NBC 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의 유명 식료품점 체인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가 출시한 냉동 김밥이 판매 1주 차에 만 줄 넘게 팔린 데 이어 한 달도 채 안 돼 초도물량 200톤이 모두 매진되었고, 추가 입고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NBC는 “김밥은 밥과 불고기, 어묵, 계란, 단무지, 당근, 시금치 등을 개별적으로 양념해 참기름을 바른 김을 말아 만든 한국의 전통 음식”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때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하던 일본 스시 때문에 김밥이 ‘코리안 스시’로 불리다가 이제는 오히려 스시를 ‘재패니스 김밥’이라고 부르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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