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위성정당 방지’는 시대적 과제
[경일포럼]‘위성정당 방지’는 시대적 과제
  • 경남일보
  • 승인 2023.12.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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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상국립대 교수
윤창술 경상국립대 교수


필자는 21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선거제 개편 논의를 해 달라고 글을 쓴 적이 있다. 왜냐하면 선거제도의 개편은 정치 전반에 대한 개혁과 맞물려 진행되어야 하고 각 지역별, 주체별 이해관계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어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관련 소식은 들리지 않더니만 지난해 말이 되어서야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선거제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논의에 불을 붙였다. 완벽한 선거제도란 존재하지 않기에 선거제가 개편되더라도 우리나라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가 하루아침에 일소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현재의 정치 분위기로는 안된다’라는 인식은 반영했기에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었다.

완벽한 정답까지는 아니더라도 논의 중인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면서 비례제를 강화하는 답 정도까진 도출해 주면 좋겠다고 필자도 동조했었다. 분위기상 선거법 개정 시한인 올해 4월 10일까지는 뭔가 작품이 나올 것이라는 희망이 일기도 했었다. 그런데 태산명동 서일필이랄까 딱 거기까지였다. 12월 12일에 이미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었는데 중대선거구제는 차치하고 4년 전의 원점에서 아직까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현행 승자독식 구조의 소선거구제는 특정 정당의 ‘지역 독점’에 기반하는 극단적인 양당제 구도를 고착화해왔다. 거대 양당 간의 적대 정치로 인한 지역적 분열과 갈등은 당연한 귀결이다. 부작용이 큰 만큼 제도 개선의 답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위에서 지난 총선 때는 여러 계층과 소속의 대표성·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양당 독점 체제를 완화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21대 총선은 이러한 시도를 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결과를 낳았는데, 이는 취지나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 편법을 동원하는 바람에 개정 취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지지율대로의 비례성 원칙’이 어느 정도 반영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중앙선관위의 권고를 계기로 4년 전에 민주당 주도로 강행처리 된 선거제이다. 극단적인 양당제의 폐단을 줄여서 다양한 민의를 더 충실하게 반영하자는 취지였다. 그 의미를 퇴색시킨 건, 통합당(국민의힘)이 시작하고 슬며시 민주당도 발맞춰 준 위성정당이었다.

위성정당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못 살렸던 만큼, 이번엔 위성정당 방지 장치만이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 걸음이라도 진일보한 선거제 개편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 선거제 개편을 주도했던 민주당의 현재 입장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마저도 또다시 뒤집는 역주행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는 국민의힘 쪽으로 기울면서 정치 양극화의 양축임을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평소엔 담대한 명분을 주장하다가도 막상 정치적 이해 앞에 서게 되면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하면서 불가피한 현실론으로 급변하는 거대 양당의 민낯이다. 병립형 회귀로 22대 총선에서도 거대 양당만이 존재하게 된다면 어느 진영이 이기더라도 21대 국회와 달라질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지난 선거부터 선거제 개편을 주도했던 민주당만이라도 일관성 차원에서 위성정당 방지책으로 그나마 신뢰를 회복하고 당당하게 22대 총선에 임하면 좋겠다.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시대가 바라는 과제를 힘겹게 해결하면서 조금씩이나마 전진했다. 답답한 현재의 분위기상 거창한 선거제 개편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위 ‘위성정당 방지’라는 최소한의 전진은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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