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늦은 나이란 없다
[경일춘추]늦은 나이란 없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12.2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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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경 갤러리 DOO대표
정두경 갤러리 DOO대표


오래 전에 아흔의 할머니가 35년 동안 그림을 그려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를 보낸다는 신문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그 분은 건강이 나빠져 55세에 산부인과 의사를 그만두고 허리가 아파 누워만 지내다가 어느 날 동네 화실 전단지를 보고 찾아가 시작한 그림으로 전시회를 여는 화가가 됐고, 건강도 되찾고, 가족 간의 화목함도 유지했다고 한다.

늦은 나이란 없다! 내가 40대 중반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던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들 나에게 무언가 시도하기엔 늦지 않았나 하는 반응이었다. 그로부터 시간은 흘러갔고 지금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잘 시작했다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어느 해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에서 전교회장을 했던 친구가 과학과 의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이젠 우리도 200세에 맞춰 인생의 플랜을 짜야한다며 미래학자들의 가설과 함께 열변을 토했다. 그 얘기 끝에 나는 우리 시대에 200세 수명은 너무 비현실적이고 120세까지는 플랜을 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던 몇 몇 동창들은 그리 오래 살고 싶지 않다는 둥, 짧고 굵게 살다 가겠다는 등의 반응으로 그 주제를 가볍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인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한 본인의 의지대로 수명을 조절할 수 없고 삶이 계속 주어진다면 살아내야 한다. 물론 건강한 삶이 최우선으로 밑받침 돼야 하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림을 그리는 아흔의 할머니도 당신이 그리 오래 살 줄 아셨을까? 남들이 늦은 나이라고 생각하는 55세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 35년을 계속 이어온 것이 놀랍다. 어느 신문의 칼럼에 인용된 90세 일본 노인의 이야기와 대조적이다. 열심히 잘 살아온 어느 지식인이 은퇴를 한 후 이제는 잘 죽는 길만이 자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30년의 세월을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고 90이 돼 죽음을 눈앞에 두고 흘러간 시간을 아까워하는 통탄의 글이었다. 그래도 그 글의 끝맺음은 이제부터라도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내용으로 무척 인상 깊게 남아있다.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올해부터 그림을 배워보고 싶다는 어느 지인에게 “늦은 나이란 없습니다!” 라는 답변으로 격려를 해드렸다.

올 해도 열흘 남짓 남았다. 다가오는 푸른 용의 해 갑진년에는 새로운 꿈과 목표를 향해 새로이 시도하는 새해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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