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 '봉사왕' 공도연 할머니, 마지막까지 베풀고 하늘로
의령 '봉사왕' 공도연 할머니, 마지막까지 베풀고 하늘로
  • 박수상
  • 승인 2023.12.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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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봉사왕’ 공도연 할머니 별세…시신 기증
50년 나눔 실천…표창·훈장 수상만 60번 넘어
의령군 유곡면 송산리에 살면서 지역 내 ‘봉사왕’으로 통했던 공도연 할머니가 82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의령군은 공도연 할머니가 지난 9월 1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20일 밝혔다. 자녀가 있는 창원에서 할머니 장례를 치렀기에 별세 소식이 늦게 알려졌다고 군은 설명했다.

공 할머니는 30대부터 별세 직전까지 약 50년 세월 동안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헌신했다. 마지막까지 베푸는 삶을 실천하고자 했던 그는 생전 사후 장기기증을 희망했고, 자녀들은 그 유지에 따라 할머니 시신을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에 보냈다. 할머니 시신은 해부학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별세한 할머니 남편인 박효진 할아버지 시신도 같은 곳에 기증됐다.

꽃다운 17살에 천막집에서 시집살이를 시작한 공 할머니는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가난에 허덕였지만, 부지런히 일했다. ‘가난의 설움’은 할머니를 ‘작은 거인’으로 만들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낮에는 남의 집 밭일과 봇짐장사를 하고, 밤에는 뜨개질을 떠 내다 팔았다, 그렇게 알뜰히 모은 돈으로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벼농사를 시작했다.

형편이 나아져 주변에서 ‘부잣집’ 소리도 듣기 시작한 30대에 그는 본격적인 사회활동과 이웃돕기 봉사에 나섰다.

1970년대 초 새마을 부녀회장으로 마을 주민들을 독려해 농한기 소득 증대 사업 등으로 마을 수입을 늘려갔고, 어려운 이웃을 도왔다. 마을 주민들은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으로 1976년 당시 송산국민학교에 ‘사랑의 어머니’ 동상을 건립했다.

매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불우이웃 돕기 성금에도 돈을 보탰다. 50여년 전인 70년대 초 송산초등학교 졸업생 대표에게 공 할머니(당시 어머니회장상) 명의의 영어사전이 상장과 함께 지급돼 당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생전에 공 할머니는 “도로변 집 앞에 어려운 사람, 아픈 사람이 차에서 내려도 일일이 모두 다 보살피지 못해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는 말을 자주 했다. 공 할머니는 1999년부터 빼곡히 써 내려온 봉사 일기에 이같이 적을 정도로 이웃 사랑에 진심이었다.

후손에게 오염된 세상을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생활신조를 바탕으로 동네 환경정화 활동에도 솔선수범했다. 새마을부녀회장 등 사회단체장을 다수 맡아 동네 여성들을 모아 한글을 깨치게 하고, 자전거 타기를 가르친 일화도 지역에서 유명하다.

몇 년 전에는 35㎏의 작은 몸으로 손수레를 끌면서 직접 재배한 나물을 내다 팔고, 고물을 주워 번 돈으로 마을별 경로당에 기부하는 등 한 평생을 남을 돕는 봉사자로 살아오다 생을 마감했다. 이런 선행과 공적으로 공 할머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별세하기 전까지 관련 표창·훈장만 60번 넘게 받았다. 지난 2020년에는 사회공헌과 모범 노인 자격으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기도 했다.

장남인 박해곤(63) 씨는 “발인을 못 해 자식으로 마음이 아프지만 봉사는 어머니의 삶의 낙이자 큰 뜻이었다. 차가운 병원에 누워계시지만, 아버지와 같이 계셔서 그나마 다행이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가족들은 “해부학 연구가 끝나고 선산에 모셔 큰절을 올리고 싶다”고 전했다.

공도연 할머니를 두고 군민들은 “진정한 천사가 하늘나라로 갔다”, “죽어서도 큰일을 하는 진정한 어른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고인을 추모했다.

박수상기자

 
의령 ‘봉사왕’ 공도연 할머니 생전 모습.
공도연 할머니의 젊은 시절 봉사왕 표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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