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크리스마스 축제
[경일춘추]크리스마스 축제
  • 경남일보
  • 승인 2023.12.2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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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화 시인·경남문인협회 사무국장
이미화 시인·경남문인협회 사무국장
이미화 시인·경남문인협회 사무국장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린다. 눈을 감고 축제의 기분으로 빠져들어 본다. 종교를 떠나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설레는 지금의 축제일은 교황 율리우스 1세(재위 337~352) 때부터 12월 25일로 고정하고 본격적으로 축하하게 됐다. 

고대 사람들은 축제를 즐겼다. 좋은 일이 있으면 감사 축제, 슬픈 일이 있으면 신을 달래는 제를 올렸다. 특히 로마인들은 동지 제사가 성대하게 행해졌다. 수확을 끝내고 창고마다 곡물을 가득 채워놓은 로마인들은 힘든 노동에서 해방돼 마음의 여유를 찾고 먹고 마시는 성대한 축제를 열었다. 생명의 은혜를 준 대지의 신에게 풍작과 풍요를 기원하는 공물을 바치고 사철 푸름을 유지하는 상록수를 생명의 상징으로 장식하게 됐다.

로마의 동지인 12월 25일이 크리스마스 축일이 되면서 신에게 감사를 드리는 시간, 가족과 기쁨을 나누는 시간, 가난한 이웃을 생각하고 정을 나누는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작년 이맘때 늦은 퇴근 무렵이었다. 주차를 하고 손녀 선물을 챙겨 나오는데 산타복장을 한 두 사람과 마주쳤다. 붉고 커다란 망태를 짊어진 두 남자의 얼굴엔 수염 분장을 했지만 미소가 가득했다. 분명 두 아빠가 양가의 아이들에게 이벤트를 하는 것 같았다. 산타가 직접 들고 오는 선물을 보고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해 할까. 생각만 해도 동화의 나라에 발을 들여놓은 것처럼 설렜다. 나도 손녀에게 산타의 출현을 확인시키기 위해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오래 전,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갖고 싶어 했던 장난감을 기억해뒀다가 크리스마스가 오면 머리맡에 살짝 놓아두고 ‘산타가 놓고 갔나’ 시치미를 떼곤 했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들은 퐁퐁을 타듯 방방 뛰면서 즐거워했고 행복해 했다. 착한 아이에게만 다녀가는 산타가 자기에게도 왔다는 사실이 기쁜 것 같았다. 큰 아이가 일곱 살 때, 산타가 놓고 간 선물을 보고 펑펑 울었다. 큰 아이는 엄마 아빠가 바로 산타였다며 꼭 안아주었다. 때론 아이가 성장한다는 사실이 슬플 때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산타의 출현 배경이 들통 나고 한동안 잊고 있었던 산타를 다시 만나게 됐던 것이다. 그 아빠들도 언제까지 산타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루만큼은 가장 설레는 아빠가 되었겠지. 이불 속 아이도 꿈인 듯 동화 속인 듯 산타를 맞이했을 것이다. 고대인들의 축제인 크리스마스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얼어있는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며 스며든다. 캐럴송이 점점 빨라진다. 올해도 손녀 머리맡에 놓아둘 선물을 잡은 손이 따뜻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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