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43] 의자는 안다 (위점숙)
[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43] 의자는 안다 (위점숙)
  • 경남일보
  • 승인 2023.12.21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제는 한 남자가 울고 갔습니다

오늘은 내가 울었습니다


흰 눈이 모두 지웠습니다


ㅡ위점숙 ‘의자는 안다’

임금은 제자리 수준인데 물가는 천정부지로 솟는 상황에서 한 해가 저물고 있다. 12월 초 대구 일가족 자살 기사를 접하고 14일에는 익산의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사회 경제가 좋지 않을수록 일가족 자살 사건도 느는 것이라는 생각이 억측만은 아닐 것이다.

어제와 오늘 남자와 여자가 의자에 앉아서 울다간 사연을 알 수는 없다. 남남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가족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관계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의자에 앉아 편하게 쉬지 못했다는 점과 울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슬픔의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으나, 아무도 모르게 울고 갔다는 것은 심각함을 한층 고조시키는 것이다. ‘흰 눈’은 텍스트상으로는 그들의 행위를 지운 것이지만 의미로는 그들의 슬픔을 지워준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곧 있을 성탄과 함께 일가족이 죽음으로 몰아가지 않는 사회, ‘남자’와 ‘내’가 혼자 울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흰 눈’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주기를 소망한다. 모두 힘든 한 해를 살아내느라 애 많이 썼다.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