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14]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14]
  • 경남일보
  • 승인 2023.12.2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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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4)
온겨울달 12월도 끝자락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하루 가운데 밤의 길이가 가장 긴 철마디(절기)인 ‘동지(冬至)’는 어떻게 보면 한 해의 마지막 철마디(절기)이고 동지가 지나면 해가 바뀌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동지가 들어 있는 12월을 ‘섣달’이라고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저희 모임에서는 겨울로 가득 찬 겨울의 꼭대기 철마디라 동지를 ‘온겨울’이라고 부른답니다. 깊어 가는 겨울을 즐기며 지난 글에 이어서 ‘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몇 가지를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쇠발개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앞서 알아본 ‘개발새발’, ‘괴발개발’과 소리가 비슷해 같은 뜻인 줄 알고 잘못 쓰는 때가 더러 있습니다. ‘개발새발’, ‘괴발개발’이 ‘글씨를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써 놓은 모양을 빗대어 이르는 말’인데 ‘쇠발개발’은 본디 ‘소의 발과 개의 발’이라는 뜻이고 ‘아주 더러운 발’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니까 잘 알아두셨다가 가려 쓰시기 바랍니다. “쇠발개발로 방을 더렵혀 놓았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발’과 아랑곳한 말 가운데 ‘수리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발가락이 독수리처럼 안으로 오그라져 있는 발’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나날살이에서는 이렇게 생긴 발을 보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물건을 집어서 싣는 집게차에 달린 집게를 ‘수리발 집게’라고 할 만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신발’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신발은 ‘땅을 딛고 서거나 걸을 때 발에 신는 것을 싸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얼핏 봐도 이 말은 ‘신’과 ‘발’이 더해진 말이고 ‘신’이라는 말이 똑같은 뜻을 가진 말이고 ‘발’은 다리의 맨 끝부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 따로 홀로 쓰이는 두 낱말이 붙은 것은 뜻을 더 똑똑하게 나타내려고 그랬지 싶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좀 더 알려드리면 ‘신발하다’는 움직씨가 있는데 ‘짚신을 신고 발감개로 발을 감다’는 뜻을 가진 말이랍니다. 또 “신발에 귀가 달렸다”는 옛말(속담)이 있는데 ‘쓸데없는 것이 덧붙어서 격에 맞지 아니함을 빗대어 이르는 말’입니다. 익은말(관용구)로 ‘신발을 단단히[바로·똑똑히·잘]신기다’는 ‘처음부터 제대로 일을 하도록 지도하고 통제하다’는 뜻이고 ‘신발을 잘못 신기다’는 ‘처음부터 제대로 일을 하도록 지도하고 통제하지 못하다’는 뜻이니 알아두셨다가 알맞게 써 보시기 바랍니다.

‘안쪽굽은발’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의학에서 쓰는 말로 ‘발목 뼈마디 이상으로 발목 밑이 굽어 발바닥이 안쪽으로 향하게 된 발’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섰을 때 발바닥의 바깥쪽만이 땅에 닿는다고 합니다. 한자말로는 ‘내반족(內反足)’이라고 하는데 ‘안쪽굽은발’이 훨씬 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말과 맞서는 말은 ‘외반족(外反足)’이고 토박이말로는 ‘버드렁발’이라고 합니다. 이런 아픔을 겪는 분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의사 분들이 이런 쉬운 토박이말을 써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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