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여성으로 살아가기 괜찮은 사회인가요?
[여성칼럼]여성으로 살아가기 괜찮은 사회인가요?
  • 경남일보
  • 승인 2023.12.2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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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진주의 여성이 느끼는 성평등지수 4.9(10점만점). 진주여성회에서 지난 7~9월동안 진주에 살고 있는 여성 105명을 만나 여성으로 살아가기에 성평등한지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이다.

공적공간에 여성들의 참여가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중요한 것, 특히 예산을 결정하는 간부, 이장, 대표, 정치인에는 남성이 많다. 여성이 능력부족으로 할 수 없는 것 보다 진입조차 어렵게 정보가 차단돼 있기도 하고, 아예 갈 수 없는 조건인 경우도 많다. 공적영역에 참여하는 기본 구성에 어린 아이 엄마는 배제된다. 카페 조차도 노키즈존이 늘어나고 있다.

2020년 개최한 경상남도 공공의료원 설립을 위한 100인 도민 토론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 주 1회, 토요일마다 총 4회기로 하루 종일 진행된 토론회에 모유 수유중인 돌 지난 아이를 데리고 참여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린 아이를 보고 반가워했지만 수유실을 마련해줄 생각을 하지 않기에, 결국 나의 요구로 마지막 회기에 내가 사용한 탕비실을 치워 수유실로 바꾸었다. 공적인 자리에 아이를 동반한 여성이 참석할 것이라 예상하지 않는 것이다.

동시에 여성이 있어야 할 자리는 가정이라 여기는 고정관념은 강력하다. “남자친구는 있느냐, 결혼할 계획이 있느냐? 출산은 언제 할꺼냐? 아이는 어떻게 맡기고, 일하러 올꺼냐?” 등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면 여성의 능력보다는 돌봄과 일의 양립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결국 여성들은 육아를 위해 불가피하게 경력을 포기하게 되고, 다시 경제활동을 하려면 전혀 다른 직종에 비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로, 저임금으로 진입하게 된다. 돌봄의 여성 전담화와 명절, 제사와 같은 원가족과의 행사에서의 독박 가사노동은 아직 경험하지 않은 청년들에게 출산, 육아에 대한 부담감을 가중시키며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돌봄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인식 전환이 함께 해결되지 않는 한 저출생의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돌봄의 가치를 귀하게 인정해주는 사회가 되어야 모두가 일터에서 출산과 육아, 노인돌봄을 병행할 수 있고, 노동시장의 재진입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래야 기꺼이 돌봄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며 자존감을 유지하고, 사랑으로 보살필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활동의 기본노동이자 필수인 돌봄노동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명절에 시가에서 밥상을 차리는데 아이가 크게 물었다. “엄마! 이상하네. 가족이 다 모였는데 왜 여자들만 일을 하지?” 아이의 눈으로 보이는 것이 누군가에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형식적인 성평등은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실제적인 성평등은 아직도 멀다. 여성들은 세상의 절반을 이루지만 여전히 소수만이 목소리를 내고 있고,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전통적인 성역할 고정관념과 가부장제는 돌봄을 책임 지우지만 그에 마땅한 대우를 하지 않는다.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은 경제적 자립을 어렵게 하고, 수많은 여성폭력 사건들은 여성들에게 늘 불안함을 안고, 경계와 긴장 속에 살아가게 한다.

이로움을 좇느라 의로움을 잊은 한 해라며 교수들이 뽑은 2023년의 사자성어 ‘견리망의’(見利忘義)의 뜻을 곱씹으며, 행복에 대해 생각한다. 약자들만의 희생으로 공동체의 행복이 유지될 수 없다. 서로가 배려하고 존중하며 균형을 맞춰나가야 한다. 함께 행복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나의 이익만 볼 것이 아니라 의로움을 먼저 생각해보자. 그것이 결국 사람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그리고 구조적으로 균형을 맞추어 나가야 한다. 우리집에서, 나부터 함께하고, 사회와 제도가 발맞출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살만할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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