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경 진주교대 교수
문명 세계를 처음 구경하고 자신의 부락으로 돌아간 한 원주민 추장은 부락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은 항상 시간이 없다고 한탄하는 깊은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 해돋이에서 해넘이까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는 다 보지 못할 만큼 시간이 많다는 사실을.”
이 구절은 비문명 세계의 여러 사람들이 남긴 글에 대한 책에서 예전에 읽었던 것이었다.
우리는 늘 시간에 쫓겨 산다. 하루 24시간도 모자라 일분일초를 쪼개고 동선을 최소화하기까지 하며 틈 시간마저도 효율을 따진다. 이는 나에게도 너무나 해당하는 일이다. 나조차도 늘 시간에 쫓겨 살고 일을 만들어 하고 시간이 없다고 불평을 한다.
하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문명을 만들고 효율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시간을 만들고 따지며 살아가는 것이지 광활한 우주 안에서 우리가 만든 시간에 대한 개념은 무의미하기까지 하다.
하루라는 시간을 해가 뜨고 저무는 것으로 하고 이를 24시간으로 나누어 살고 있지만 일분일초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들을 하나하나 집중하게 되면 시간에 대한 개념은 사라져 간다.
아침에 일어나 처음 땅에 딛는 발걸음, 밥을 먹으며 음식 하나하나를 음미하는 순간들, 밖으로 나가 햇살을 맞이하는 느낌들, 공기의 냄새, 스쳐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 이 모든 하나하나를 집중하면 시간을 한정 짓는 것이 얼마나 쓸데없는 일인지를 알게 된다. 또한 그 순간 하나하나에 집중하면 시간은 무한대가 된다.
중국 선불교의 조주 스님 말처럼 ‘차나 한잔 하시게’ 는 결국 지금의 현재에 충실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도가 어떤 특별한 것이 아니라 현재에 충실 하는 것, 왔으니 차나 한잔하며 그 순간을 즐기라는 것이다. 더도 덜도 아닌.
사람들은 너무 바쁘게 사는 나머지 지금 현재의 일분일초를 놓치고 산다. 시간이 없다고 한탄하는 지금 이 순간도 벌써 흘러가고 있는데 이런 시간은 놓치고 정작 시간이 없다고 우리는 말하고 있다. 해야만 한다고 만들어 놓은 수많은 일들과 상황들 속에서 우린 정작 현재를 놓치고 어느 순간 벌써 시간이 과거로 흘러갔다고 후회하며 산다. 현재의 일분일초에 충분히 집중하자. 쓸데없는 곳에 마음의 시간을 낭비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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