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야누스의 두 얼굴과 카이로스의 시간
[경일춘추]야누스의 두 얼굴과 카이로스의 시간
  • 경남일보
  • 승인 2024.01.0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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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사)한국지속가능경영협회협회장
김영우 (사)한국지속가능경영협회협회장


새해가 밝았다. 누구에게나 새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새해의 의미는 새롭다. 새해를 알리는 1월(January)은 야누스에서 유래한다. 라틴어로 ‘아치형 문’을 뜻하는 야누스는 그림에서 두 얼굴로 나타나고 있다.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과 나오는 사람 모두 볼 수 있도록 좌우의 두 얼굴로 묘사된 것이 특징이다.

야누스 문에 있는 두 개의 얼굴은 끝과 동시에 시작을 의미한다. 야누스는 처음과 끝, 과거와 미래, 성공과 실패 등 양면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두 얼굴이 함께 그려진 것은 과거와 미래는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는 연속성(principium)을 표현한 것이다. 고대 철학자 키케로는 ‘모든 것은 시작과 끝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시간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본래 야누스는 실존 인물로 인접 국가에서 로마로 이주해 선박을 처음으로 고안했고 화폐를 널리 유통시킨 지도자였다고 한다. 이러한 공적으로 야누스는 사후에 신격화돼 신으로 추앙받았다. 로마인들이 1월을 야누스의 달로 정한 것에는 과거를 통찰해서 미래를 잘 준비하라는 가르침도 담겨 있다.

중세를 거치면서 야누스는 유일신이라는 관점에서 부정적인 존재로 바뀌었다. 본래 연속성을 강조한 야누스 신이었지만 두 얼굴을 가졌기에 겉과 속이 다른 사람으로 인식되었고 오늘날에는 이중적인 모습, 혹은 겉으로는 선한 척하지만 속이 다른 사람을 지칭하게 되었다.

시간은 그리스 신화에서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절대적 개념의 크로노스(Chronos)와 상대적 의미의 카이로스(Kairos)다. 크로노스가 ‘물리적 시간’을 나타낸다면 카이로스는 ‘기회의 시간’을 뜻한다. 크로노스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카이로스의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새해가 되면 야누스의 얼굴을 떠올리며 시간이라는 관점을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늘 양면성을 지닌다. 크로노스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기계적인 흐름의 시간이라면 카이로스 시간은 내면적 성찰이 요구되는 시간이다. 카이로스 시간은 오랫동안 기다렸던 소망의 시간이고 주위를 돌아보는 계기도 되어 화합과 관용의 시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새해를 맞아 야누스처럼 과거를 돌아보고 카이로스의 시간을 통해 미래를 위해 지혜를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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