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도시 가로수에 아름다움을 입히자
[경일포럼]도시 가로수에 아름다움을 입히자
  • 경남일보
  • 승인 2024.01.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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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기후변화 등으로 유난히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거리를 걷는 사람도 추위에 떨지만, 도로변 가로수도 추위에 떤다. 잎을 다 떨구고 나목(裸木)으로 서 있는 나무들에는 추위는 생명과 직결된다. 특히 아열대로 기온이 높아지는 남부지방에서는 더욱 그렇다.

얼마 전 진주성에 있는 나무들에 뜨개옷을 입혀 겨우내 멋진 자태를 뽐내게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진주시가 네이버 카페 ‘진주아지매’ 회원 2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주성 내 수목 31그루에 뜨개옷을 입혀주는 ‘그래피티 니팅(Graffiti Knitting)’을 했다는 이야기다. 그래피티 니팅은 공공시설물에 털실로 뜬 덮개를 씌우는 친환경 거리예술이다. 행인들은 뜨개옷을 입은 가로수에 기대어 기념사진을 찍고 나무들이 춥지 않게 된 것에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그래피티 니팅을 진주시 아니 대도시 중심가 가로수들에 입혀주면 어떨까 싶다. 도심은 순식간에 밝아질 것이고, 따스해질 것이다. 공공 기관이 참여하고 민간 모임에서 이러한 일을 확대한다면, 기후변화로 겨울이 더 추워져 아열대로 바뀐 남부지방의 가로수는 건강해질뿐만 아니라 도시는 색색의 향연으로 환경이 밝아지고 활력이 넘칠 것이다.

예전에는 짚이나 거적으로 나무줄기에 옷을 입혀 병충해를 잡아주고 또 동해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것을 뜨개옷으로 바꿔 입게 된다면, 한 번 입혔던 뜨개옷은 잘 빨아 보관했다가 다음 해 겨울 또 추워지게 되면 재활용해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적 개입(Artistic Intervention)이란 말이 있다. ‘기업 현장에 예술가 혹은 예술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을 말한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술적 개입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배우 공유와 공효진이 나오는 SSG 광고다. ‘영어 잘하시죠?’라고 묻는 여성에게 ‘쓱’이라고 답하는 조금은 생뚱맞고 생각의 허를 찌르는 이상야릇한 광고다. 그 광고를 보았을 때 눈이 커지고 ‘아! 이거야’ 하는 놀라움을 느꼈다. 광고의 배경은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교묘한 방식으로 빌린 것이었다. 배경들은 아주 현대적이었고 산뜻했으며 딱 떨어지듯 깔끔하고 신선했다. 단순한 쇼핑상품 선전치고는 어딘가 격이 높은 것이었다. 한 번 본 것만으로도 뇌리에 각인되는 아주 인상 깊은 명화를 본 것 같았다. 그 뒤 이 광고를 활용한 기업은 매출이 25%가 상승했다. 예술적 개입의 효과다. 예술가를 생산라인에 투입한 후 발생하는 생산 효율성은 25%가 상승한다는 이론이 있다. 그 이유는 예술가가 보는 세밀함이 다른 작업자들에게 전달되고 이로 인해 시스템의 효율성이 증대하고 생산능률을 올려주는 결과를 갖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그러하기에 모든 산업 분야에서 예술적 개입이 적절히 활용되고 있다. 루비통, 샤넬, 구찌 등 우리가 명품이라고 부르는 제품들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디자이너다. 디자인이 아름답고 눈에 쏙 들어와야 소비자들로부터 이목을 집중시키고 그로 인해 판매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명품의 생명이고 디자인이 수입을 늘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뿐일까. 예술적 개입은 모든 분야로 확대되고 있고, 실생활에서 수시로 느끼는 삶의 현장이 되고 있다. 예술적인 제품이 인기가 있고 더 아름다운 집, 구조 등에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가야 제품이든 집이든 장식이든 더 잘 팔리고 상품의 가치는 향상된다. 그만큼 예술(Art)은 우리의 실생활 모든 분야에 침투해 있다. 이제 예술이 접목되지 않은 산업은 있을 수 없고 또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예술은 필수적으로 접목되어야 할 분야가 되었다. 도심 가로수에 뜨개옷으로 예술적 개입을 하게 된다면, 가로수는 예쁜 옷을 입어 도시는 밝고 활력 있고 건강하게 될 것이며, 이 도시를 지나고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주고 관광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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