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우주항공청 올해는 반드시 개청돼야 한다
[현장칼럼]우주항공청 올해는 반드시 개청돼야 한다
  • 문병기
  • 승인 2024.01.03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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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말았다. 대통령 공약이고 12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국무회의까지 거친 ‘우주항공청’신설이,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정부가 우주항공청 조기 개청을 위해 정부조직법이 아닌 특별법으로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결국 국회란 거대한 벽을 넘지 못하고 동력을 잃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까지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개청하겠다는 원대한 꿈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한국판 NASA(미 항공우주국)인 우주항공청 신설이 이런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예측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통령과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뒷받침된 데다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사안이기에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국민 수준과 동떨어진 국회란 집단을 너무 몰랐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995년 중국 베이징 방문 당시 특파원 간담회에서 했던 말이 새삼 떠오른다. 당시 그는 “국민은 일류, 기업은 이류, 관료행정은 삼류, 그리고 정치인은 사류”란 뼈있는 발언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힘없는(?)기업인이 오죽이나 답답하고 한심했으면 죽을 각오를 하고 이런 말을 했겠는가. 강산은 세 번 바뀌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은 변한 게 없다. 오히려 더 퇴보하고 가장 불신하는 집단으로 자리매김 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우주항공청 문제만 봐도 그렇다. 세계 각국은 우주를 선점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후발주자인 대한민국도 짧은 기간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우뚝 섰다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국가의 위상을 강화하고 우주항공산업을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이끌어 갈 컨트롤타워가 바로 우주항공청이다.

국민의 80%가 우주항공청 설립이 필요하다는 데, 사류정치 국회는 남의 나라 얘기이다. 나랏일과 민생은 뒷전인 채, 오로지 정쟁과 지역이기, 사리사욕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특히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전지역 일부 의원들의 작태는 한심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4월 국회로 넘어간 ‘우주항공청 설치를 위한 특별법’은 이들의 몽니로 인해 표류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이 조기에 개청되든 말든, 대한민국이 우주경쟁에서 뒤지든 말든 관심이 없다.

그러다보니 정부안에 반하는 대체입법을 발의하고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내세우며 시간만 끌며 뭉개고 있다. 촌각을 다투는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당리당략과 사적인 목적을 위한 협상카드 정도로 인식하는 상식 밖의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말로는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며 수십 번 약속했지만 손바닥 뒤집듯 하는 걸 보면, 국민이 우습게 보이기 때문이다.

공정과 상식, 약속 따윈 헌신짝 버리듯 하는 이번 국회에서 특별법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어차피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는 내년 4월 제22대 총선 이후나 희망을 걸어봐야 한다. 사천뿐만 아니라 경남도민의 열망과 나아가 국가의 미래가 걸린 우주항공청 신설을, 이런 집단에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다.

그래서 22대 국회는 지금보다 보편적 상식과 열린 마음, 약속을 목숨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정쟁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그런 인물들로 채워졌으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 그래야 나라도 살고 국민도 살고 우주항공청도 산다.

이들과 함께 경남도민들의 간절함을 다시 한 번 결집시켜, 우주항공청이 반드시 사천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올해는 우주항공청 사천 설립이 ‘서 말의 구슬’로 남지 말고 ‘꿰어 놓은 보배’가 되길 간절히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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