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잃어버린 겨울과 농업의 위기
[농업이야기]잃어버린 겨울과 농업의 위기
  • 경남일보
  • 승인 2024.01.0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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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경남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원예기술담당
겨울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눈사람, 스키, 군밤, 호떡 등등. 우리 생각했던 겨울은 이제 없을지도 모른다.

12월 초 기온이 15도 이상으로 봄 옷을 입고 활동이 가능할 정도로 따뜻했다. 겨울의 혹한을 견디기 위해 구입했던 패딩이 필요 없음을 인지한 순간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북극한파의 추위로 날씨가 바뀌면서 유행 지난 롱패딩을 꺼내입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올겨울은 기온이 다소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오르락 내리락하는 널뛰기 현상이 예상된다고 한다.

그렇다. 최근 농업 환경이 급변함을 많이 느끼고 있고, 농업 생산현장의 농업인들도 예전처럼 농작물을 생산하는 방식을 고수하다가는 기후변화에 호되게 당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 같다. 농작물도 생명이고 온도, 물, 주변 환경에 가장 크게 반응하는 생물이라고 할 수 있다. 농업생산 현장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는 내가 생각하는 겨울의 따뜻함은 마냥 즐겁고 신기하게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농작물이 느끼는 기후가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서 한편으로는 무섭게 느껴진다.

2023년 봄부터 초겨울까지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분들은 모를 수 있겠지만 농사를 생업으로 하는 농업인들에게는 참으로 힘든 한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봄철의 저온피해로 인해 과실나무의 꽃눈이 얼어버렸고, 우박피해로 인해 어렵게 달린 과실들이 멍이 들었다. 여름의 폭염으로 겨우 이겨냈지만 탄저병으로 인해 그나마 수확 할 수 있는 과일들의 30~70%가 피해를 받아 거의 수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겨울을 바꿔 버렸고, 농업도 함께 바꿔 버렸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이제는 예전의 방식대로 재배를 해서는 절대 농업 수익 창출 증대를 꿈꿀 수 없다. 올 겨울 중강도 수준의 엘리뇨 발생으로 폭설과 기습 한파가 이어 질 수 있다고 한다. 엘리뇨란 적도 부근의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높아지는 기후변동 현상으로 발생 시 전 세계에 홍수 가뭄 등 다양한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한다. 이번 겨울은 급변하는 환경을 대변하듯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난방비 증가로 인해 농업 소득이 단기적으로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경영비 증가로 인해 장기적으로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위한 기술개발도 필요하다. 앞으로 정부 예산에도 기후예산제가 운영되어 온실감축과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예산을 수립한다고 한다.

아프리카 코끼리가 가뭄으로 100마리 이상 때 죽음을 당했다고 최근 뉴스에 보도되었다. 농업과 우리의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과 현장 대응이 형식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바로 지금이 앞으로 우리 후세대 들이 누려할 마지막 시간을 마련해 줘야 할 시점일 것이다. 잃어버린 겨울, 아직 시간이 남았는지도 모른다.

 
김형준 경남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원예기술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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