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15]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15]
  • 경남일보
  • 승인 2024.01.0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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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5)
지난 한 해 동안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신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그리고 푸르미르(청룡)의 해인 새해에는 하늘을 날아오르는 미르처럼 날아오르듯 좋은 일, 기쁜 일들이 가득하시기를 비손합니다. 새해에는 좀 더 빛깔이 다른 새로운 토박이말들을 알려드리고 토박이말 살리는 일에 뜻을 함께하는 분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힘을 쓰겠습니다. 지난 글에 이어서 ‘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몇 가지를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발이 들어간 토박이말 가운데 ‘앙감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한 발은 들고 한 발로만 뛰는 짓’을 가리키는 ‘앙감질’과 이어지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앙감질하기 위해 한 발은 들고 한 발로만 선 몸씨(자세)’를 가리키는 말이지요. 앞서 알려드린 ‘깨금발’, ‘깨끼발’과 비슷한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비슷한 말을 잘 알아두었다가 알맞은 곳에 쓰면 말맛과 글맛을 잘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둘레 분들에게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앞발’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 말은 ‘네발짐승의 앞쪽 두 발’을 뜻하기도 하고 ‘두 발을 앞뒤로 벌릴 앞으로 내어 디딘 발’을 뜻하기도 합니다. 앞서 알려드린 ‘뒷발’과 맞서는 말입니다. 앞발, 뒷발이 나온 김에 두 말이 들어간 ‘앞발길’, ‘뒷발길’이라는 말도 알려드립니다. 앞발길은 ‘앞발로 걷어차는 기운. 또는 걸어가는 앞발의 기운’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뒷발길은 앞발길과 맞서는 말이니까 다시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엄지발’도 있습니다. 엄지발은 ‘다섯 발가락 가운데 첫째 발가락’을 가리키는 말로 발가락 가운데 가장 크고 굵은 발가락입니다. 앞서 알려드린 ‘새끼발’과 견주어 보면 좋을 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재나 게의 집게발’을 ‘엄발’이라고도 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엄’의 뜻을 더 잘 알 수 있게 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잘 알고 자주 쓰는 ‘오른발’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 말은 말 그대로 ‘오른쪽에 있는 발’을 가리킬 때 쓰는 말입니다. ‘오른쪽’, ‘오른손’에도 있는 ‘오른’이 ‘옳다’의 ‘옳은’과 이어지는 것이라는 풀이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앞서 알려드린 ‘바른발’과 비슷한 말인데 ‘바른발’과 마찬가지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어느 쪽을 더 옳고 바르게 생각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이 들어간 말 가운데 ‘오리발’이 있습니다. 이 말은 한 가지 뜻이 아니라 여러 가지 뜻이 있습니다. 먼저 이 말은 ‘오리의 발’을 가리키는 말로 ‘물에 사는 새나 짐승의 발가락사이에 헤엄치기에 알맞도록 된 막’이라는 바탕뜻(기본의미)가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람이 물속에서 헤엄을 칠 때 발에 끼는 오리의 발 모양을 한 몬(물건)’을 가리킬 때도 씁니다. 이 두 가지 뜻으로 쓸 때는 ‘물갈퀴’와 비슷한 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리발’은 ‘짐짓 시치미를 떼며 엉뚱하게 딴전을 부리는 태도나 그런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흔히 ‘오리발을 내밀다’라고 하는데 이 말은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놓기”라는 말과 이어지지 싶습니다. 또 ‘오리발’을 ‘손가락이나 발가락 사이의 살가죽이 달라붙은 손발’을 가리킬 때도 쓴다고 하는데 그런 손발을 가진 사람을 놀리는 좋지 않은 말이라고 하니 안 쓰도록 해야겠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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