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도둑맞은 주의력
[경일춘추]도둑맞은 주의력
  • 경남일보
  • 승인 2024.01.0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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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인 노산초등학교 교사
이남인 노산초등학교 교사


최근 읽은 책에서 ‘미국의 10대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을 못하고, 직장인은 평균 집중시간이 3분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접했다. 학생을 가르치고 있기에 10대의 집중력이 길지 않다는 것은 몸소 느끼고 있었지만 그래도 고학년 정도면 최소 10여분 정도는 충분히 집중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수업도 10분 단위로 활동을 바꿔 준비한다. 그런데 10분은커녕 1분 내외라니 너무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그래서 내가 맡은 반에서 작은 실험을 해 보았다. 그림에 있는 시간과 이동거리의 자료를 표에 옮겨 적는 미션을 1분 안에 수행하는 것이었다. 실험을 시작하기 전, 나는 학급의 80% 이상은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고작 1분인데 집중을 하지 못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곳곳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어∼어 저 연필이 없어요.” “몇 쪽에 표가 있어요?” “선생님, 지도의 내용을 표에 옮기라구요?”

결국 미션을 성공하는 학생은 고작 3명뿐이었다. 나는 미국의 10대들보다 더 심각한 아이들의 집중력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단 1분도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미션을 주었을 때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에서 보듯이 아이들은 아직 배움에 대한 준비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배움의 방향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미션에 대한 내용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 듣지 않은 것이다. 아이들은 쏟아지는 영상과 정보, 최신의 스마트기기로 순간의 집중력과 호기심은 있었지만 지속적인 집중과 배움까지 가기는 힘들었던 것이다.

비단 아이들만 그럴까? 난 요즘 컴퓨터에 여러 창을 띄워놓고, 또 다른 하나의 창을 더 열다가 내가 왜 이 창을 열려고 했는지를 잊어버리곤 한다. 스마트 기기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길을 헤매기 일쑤다. 언제, 어디에서든 즉각적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알고리즘이 나에게 필요한 정보만 걸러 보여주기에 여러 가지 일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편리함은 있지만 나를 잠시도 쉬지 못하게 했고 하나에 오롯이 집중할 수 없게 만들었다. 어른인 나의 집중력도, 주의력도 아이들과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새해에는 나는 무엇을 지향하는지, 지금 나에게 무엇이 제일 중요한지, 그 속에서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에 집중해 봐야겠다. 그리고 나의 도둑맞은 주의력을 챙기며 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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