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 (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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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4.01.0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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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코로나 팬데믹과 민창홍 시인의 시(1)
민창홍(1966, 공주 태생) 시인의 새 시집 『도도새를 생각하는 밤』(2023,11 창연)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민시인은 지난해 연말 경남문인협회 신임 회장으로 뽑혀 기대를 걸고 있는 중에 그 어려웠던 팬데믹 시기를 두고 써 두었던 시편들을 모아 지난해 하반기 경남문예진흥원 지원을 받아 출간한 것이다.

「시인의 말」은 다음과 같다. “마스크를 쓰면서 교장 임기를 시작하여 마스크를 벗으며 임기를 마무리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시간이었다./ 서른 여섯해 동안 집착해온 교직의 정산서 앞에서 감성보다는 이성이 허무와 절제를 삭혀주었다.”

민시인은 마산 성지여자고등학교 교장 직분을 마스크를 쓰면서 시작하여 마스크를 벗으며 마무리했다는 것이니 여늬 교장들과는 다른 기간에 교장을 거친 것이다. 거기에 관한 생생한 체험의 시편들이라 온 국민이 함께 전전긍긍하던 시기의 교육계의 실상이 시로서 기록의 의미를 주고 있다.

다음 시편은 그 시기를 지낸 뒤거나 팬데믹 시기에 썼거나 간에 우리들 평범한 일상이 소중하다는 점을 가리키고 있어 보인다. “툇마루에/슬그머니 다녀가는 햇살처럼/ 늘 그랬으면 좋겠다// 비가 와서/ 하루쯤 오지 못했다고/ 미안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방안을 소리 없이 둘러보고 가는 바람처럼/ 늘 새로웠으면 좋겠다//저녁에 내린 이슬/ 동행의 시간 길지 않아도/ 아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대가/ 있는 둥 마는 둥”(「늘 그랬으면 좋겠다」 전문)

코로나 시기는 일상이 그립고 햇살이 좋고 바람도 그냥 바람이 싱그럽다.이슬과의 동행이 비록 짧은 것이 무슨 불만의 대상이 되겠는가. 그대가 있어도 좋고 없이도 그러려니 하는 일상이 아니던가. 그냥 모든 것이 좋고 모든 것에 너그러울 줄 안다. 이런 무념이랄까 도달함이랄까 수분(守分)이랄까 다 좋다는 태도이다.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가. 코로나만 없으면 이 세상 살 만하다는 것이다.

민 시인은 시집 3부 『도도새를 생각하는 밤』에 15편을 가려놓고 있다.

작품 「도도새를 생각하는 밤」을 보자.

“도도새는 어디로 갔을까요?//

불안과 공포를 꼭 껴안은 어둠 속 의문과 질문을 반복하다가

몽유병 환자처럼 거리로 나섭니다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끝 모를 사막의 아스팔트를 밟으며/미친 듯이 손을 씻고 소독을 하고

약국이 문을 열기 전에 줄을 서서/ 세상의 입에 마스크를 씌웠습니다//

새를 찾을 방법은 없는 것인가요?........”

도도새는 멸종된 새, 날지 못하는 전설의 새다. 새가 어디로 가고 우리는 인도양의 무인도 모리셔스에 가는 것이다.

그런 상황 마스크만 다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초기 코로나 시대 이야기를 전설처럼 쓰고 있다. 이 시는 부제 「마스크 2」이다.

「슬픈 봄날 마스크3」은 드디어 성지여자고등학교 교장이 된 날의 하루 이야기다.

“교장실에서 보이는 태극기/ 삼일절의 가슴 아린 만세소리로 펄럭인다/

새 교복을 입고 나타날 것 같은 신입생들/왁자지껄 신이 나서 나타날 것 같은 재학생들/

빈 운동장엔 적막이 흐르고/ 축하 난 꽃대 아래에서/커피잔에 담긴 첼로 연주 듣는다

개학 연기,

며칠만 기다리면 되겠지/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겠지/

학사일정 개념 없이 지나가고/주인 없는 교정/ 아우성치는 벚꽃만

굳게 닫힌 교문에 기대어/ 쓸쓸하게 꽃잎 날리고

비대면 온라인으로 초여름을 향해 날아가는/

취임사와 입학식 축사/ 침묵의 물결처럼 번져가는 슬픈 봄날”

민시인 초임 교장의 취임사와 입학식사가 날아가는 기가 막히는

아무도 겪어보지 못하는 펜데믹의 상황! 누구에게 책임이 있고 누구에게 벼락이 떨어져야 하는가. 그는 시에서 ‘슬픈 봄날’이라고 했을 뿐이다. 우리 모두의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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