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서울공화국, 서울 LOG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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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4.01.0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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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호 경남투자경제진흥원장
오재호 경남투자경제진흥원장


얼마 전 ‘저출산 재앙이 덮친 대한민국’이라는 뉴스를 듣게 됐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2023년 0.7명으로, 올해는 0.6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국가가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을 인구 대체 출산율이라고 하며, OECD 기준 2.1명이다.

출생아 수 감소는 단순히 인구 감소만이 아닌 지방 소멸, 국가 소멸로 이어져 국가의 존립을 뒤흔드는 문제로 중요하다. 수도권으로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정책들이 저출산과 비수도권의 소멸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수도권은 국토 면적에 11.8%에 불과하나,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인 50.7%(23년 11월)가 거주하고 있다. 특히 청년의 55.6%가 수도권을 기반으로 살고 있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수도권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과 같이 치열한 경쟁에서 오직 생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삶의 목표가 된다. 즉 개인의 선택인 결혼이나 출산은 뒷전으로 밀리게 되고 생존을 위해 경쟁을 반복한다.

우리 속담에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馬)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8년간 유배 생활을 하면서 유배지에서 아들들에 쓴 편지 글귀에 포함된 구절이다. 사람이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환경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다만, 성공하기 위해서 무조건 서울로 가야한다는 인식은 금물이다.

수도인 서울을 중심으로 국가 제반 시설이 집중된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사실이나, 모든 사람이 서울에서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에서 나고 자라며 공부한 수많은 인재들이 여전히 거주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 각박한 삶에 지친 사람들이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해 혹은 경쟁에서 탈출하기 위해 귀향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렇듯 지역에도 많은 기회가 있고, 시간에 쫓겨 경험하지 못했던 즐거움이 있다.

한 사람의 지나가는 하루하루는 매 순간이 인생에서 매우 소중한 시간이고, 그가 서 있는 지역은 캔버스가 된다. 서울공화국을 탈출해보면 우리의 캔버스도 일상에서의 여유와 재미로 채워질 수 있지 않을까. 또 그곳에서의 불협화음이 교향곡으로 바뀌고, 느린 속도에 적응하며 지역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나태주 시인이 말하길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하지 않았던가. 치열한 경쟁과 각박한 삶에서 벗어나 마음의 쉼표 같은 자연과 선조의 영혼이 깃든 예술이 함께하는 우리 지역도 관심을 가지고 향유하면 더 즐거운 일상의 선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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